그럼에도 가계부채를 관리하는 금융위원회는 침착한 모습이다. 이미 가계대출 증가를 예상했기 때문이다. 5월에는 매년 봄철 이사 수요와 가정의 달 등 계절적 요인으로 인해 대출 수요가 많다.
14일 금융위는 5월 은행·보험·저축은행·카드사 등 전 금융권의 가계대출이 10조원 늘었다고 발표했다. 이는 올해 최대치다. 가계대출 증가액은 1월 3조1000억원에서 2월 6조8000억원, 3월 5조5000억원, 4월 7조2000억원으로 늘다가 5월에는 10조원으로 확대됐다.
금융위는 "5월 가계대출은 지난해 같은 달에 비해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면서도 "계절적 요인 등으로 4월에 비해선 확대됐다"고 풀이했다. 실제 올해 1~5월 금융권의 가계대출을 보면 32조5000억원 증가로, 지난해 같은 기간 가계대출 증가폭의 84% 수준에 그쳤다.
5월 가계대출이 유난히 급증한 것은 봄 이사 수요와 이미 승인된 중도금대출의 순차적 집행 등으로 주택담보대출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실제 5월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은 3조8000억원까지 늘었다. 주택담보대출은 1월 1000억원에서 2월 2조9000억원 증가한 후 3월 3조원, 4월 4조6000억원으로 증가세다.
대통령 선거를 전후로 부동산 시장이 들썩이며 아파트 분양물량이 쏟아진 탓이다. 이로 인해 집단대출도 증가했다. 5월 주택담보대출 3조8000억원 중 집단대출이 2조원을 차지했다. 집단대출은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적용으로 1·2월 각각 3000억원, 3월 1000억원으로 안정세를 보였지만 4월 1조4000억원, 5월 2조원으로 다시 급증했다.
◆ 신용대출도 급증...생활자금부터 단기투자까지
주택담보대출 뿐 아니라 신용대출도 덩달아 증가했다. 5월은 가정의 달로 어버이날, 어린이날, 스승의 날, 성년의 날 등 가족 이벤트가 줄이은 달이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은행권 신용대출은 1월 마이너스(-) 1조원, 2월 6000억원, 3월 -1000억원, 4월 8000억원의 흐름을 보이다 5월에는 1조8000억원까지 늘었다.
한국은행 자료도 이를 방증한다. 5월 말 은행권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을 제외한 기타대출액(신용대출 등)은 178조5000억원이다. 한 달 만에 2조5000억원 증가했다. 여기에는 마이너스통장대출을 중심으로 한 신용대출과 예ㆍ적금 담보대출, 비(非)주택 담보 대출 등이 포함된다.
신용대출 증가는 생활자금 목적부터 단기 투자까지 다양한 것으로 분석된다. 강남 재건축 단지에서 시작된 집값 급등세는 인근 신도시와 수도권 일부 지역으로 확산하는 추세다. 이로 인해 매매 가격과 전세 가격의 차액만으로 아파트를 사는 '갭투자'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뛰자 부동산 임대업에 대한 수요도 높다. 이로 인해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도 늘었다. 중소기업대출 중 개인사업자(자영업자) 대출잔액은 270조1000억원으로 한 달 사이 2조원 증가했다.
◆ 미극 금리인상에 부동산 시장 과열까지...당국 "예의주시할 것"
권역별로 보면 저축은행만 가계대출이 2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저축은행은 전 업권 중 유일하게 전달(3000억원)보다 증가 규모가 감소했다. 나머지 권역은 올 들어 모두 가계대출 최대치를 기록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5월에 비해선 증가세가 둔화된 모습이다.
은행권의 5월 가계대출은 6조3000억원, 제2금융권은 총 3조7000억원 증가했다. 제2금융 중 상호금융이 2조3000억원, 카드사는 7000억원, 보험은 5000억원 늘었다.
문제는 앞으로다. 최근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주택가격이 상승하고 있고 거래량도 증가하고 있다. 또 오는 15일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의 기준금리 인상도 예고된 상황. 미국 금리가 올라가면 국내 시중금리도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
금융위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도입, 가계대출 차주 연체부담 완화방안 등 이미 발표된 대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다"며 "8월 발표될 가계부채 종합대책도 빈틈 없이 준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