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가계대출 차주의 평균 대출 잔액이 9500만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이런 상황에서 주요 은행들이 새해부터 가계대출 문턱을 낮추겠다고 예고해 가계대출 규모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25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505만원으로 집계됐다. 2021년 1분기 처음으로 9000만원을 넘어선 이후 3년 6개월 만에 9500만원을 돌파했다.
올해 상반기 연 3.5~3.7%, 연 3.7~3.9% 수준에서 각각 움직이던 은행채 1년물·5년물 금리는 2분기 말부터 급락해 3분기에는 은행채 1년물·5년물 모두 연 3.2~3.4% 수준을 보였다. 이에 차주 수도 1년 만에 증가세로 전환하는 등 가계대출이 급증했다. 은행들은 가산금리 인상으로 대응했지만 역부족이었고 결국 가계대출 문턱을 높여 수요를 진정시켜야 했다.
그러나 주요 은행들은 당장 다음 주부터 가계대출 문턱을 대폭 낮출 예정이다. 해가 바뀌면 가계대출 목표치가 새로 설정되는 만큼 여신 규모 확대에 대한 부담이 덜어지기 때문이다.
우리은행은 내달 2일부터 주택담보대출 모기지보험(MCI·MCG) 가입, 유주택자 수도권 전세대출, 타행 갈아타기 대출 등을 재개하고 생활안정자금용 주택담보대출 한도도 늘리기로 했다. MCI·MCG 가입이 재개되면 대출 한도가 늘어나는 효과가 있다.
앞서 신한은행도 지난 17일 △주택담보대출 MCI 취급 △대출 모집인을 통한 주택담보대출 △신규 분양가구 전세대출 취급 △1주택 보유자 전세대출 취급 등 제한을 해제했다. 조건이 완화된 대출은 내달 2일부터 실행할 수 있다.
하나은행과 NH농협은행도 올해 말이나 내년 초에 실행되는 대출에 한해 각종 비대면 가계대출 판매를 재개했거나 재개할 방침이다. KB국민은행도 생활안정자금용 주택담보대출 한도 확대 또는 폐지, MCI·MCG 적용 부활 등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내년 초 가계대출 제한 조치가 한번에 풀리면 그간 억눌려 수요가 폭발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가계대출 증가세가 꺾였지만 규모 자체가 줄어든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은 △9월 5조3000억원 △10월 6조5000억원 △11월 5조1000억원 등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증가 속도를 경제성장률과 비교해 관리하겠다고 강조하는데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이 밝지 않다”며 “연초부터 가계부채 증가세를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