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데이터 회의가 매년 열리는 구이양이 속한 구이저우성은 중국에서 가장 가난하고 척박하기로 유명한 지역이다. 구이저우성의 약칭은 ‘귀할 귀(貴)’자다. 워낙 가난한 지역이라 모든 게 귀하다는 뜻에서 붙여졌다는 우스개 소리도 있다. 수도 베이징에서 2000㎞ 떨어진 구이저우성은 오랫동안 버려진 땅이었다. 그래서 예로부터 한족에게 내몰린 이민족들, 주류에게 밀려난 낙오자들이 이 땅에 모여 생활했다.
구이양은 구이저우성의 중심도시다. 구이양이라는 이름의 유래에는 두 가지 설이 있다. 구이산(貴山)의 남쪽에 위치한다는 것에서 유래됐다는 설과 산으로 둘러싸여 있어서 햇볕이 귀하다는 뜻에서 유래됐다는 설이 그것이다. 어찌됐든 구이양이라 불리기 시작한 것은 1413년 명 나라 영락제 때부터다. 이후 구이저우성의 정치·군사·경제·문화 중심지가 됐다.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여 있는 구이양은 시내 공원에서도 원숭이를 볼 수 있을 만큼 삼림이 풍부하고, 여름에 에어컨이 필요 없을 정도로 선선하다. 그래서 ‘산림지성, 피서지도(森林地城, 避暑之都)’라고도 불린다. '삼림의 도시, 피서의 도시'라는 뜻이다.
구이양이 경제 발전의 기지개를 편 것은 지난 2014년 1월 ‘빅데이터 산업 특화 국가급 신구’인 구이안(貴安)신구가 조성되면서다. 이어 2015년 2월엔 이곳에 빅데이터 클러스터 발전시범구도 설립됐다.
특히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리커창 총리가 잇달아 이곳을 방문해 빅데이터 발전을 적극 지원 사격했으며, 오늘날 중국의 '디지털 밸리'로 자리매김했다.
마윈 알리바바 회장이 지난 2015년 구이저우에서 열린 제1회 빅데이터 박람회에서 "지금 구이저우에 투자하지 않으면 10년후 반드시 후회할 것"이라며 "개혁·개방 이후 선전과 저장성에서의 발전 기회를 놓쳤다면 구이저우성의 빅데이터 시장에 참여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을 정도다.
실제로 구이양의 빅데이터 산업규모는 눈부신 발전을 이어갔다. 지난해 구이양 빅데이터 산업규모는 1300억 위안으로, 전년 대비 41.9%가 늘었다.
중국의 3대 이동통신업체 차이나모바일·차이나유니콤·차이나텔레콤은 이곳에 벌써 150억 위안(약 2조5000억원) 넘게 투자해 데이터센터 3개를 지었다. 구글·인텔·마이크로소프트(MS)·휴렉팩커드·델·팍스콘·오라클 등 세계 500대 기업들은 이곳에서 빅데이터 투자를 단행했다. 한국 현대자동차도 지난 해 11월 구이양에 첫 해외 빅데이터센터를 짓고 자율주행과 커넥티드카 등 미래차 연구에 나서기로 했다.
이제 구이저우성은 6년 연속 중국에서 가장 빠른 경제성장률을 구가하는 지방정부 '톱3' 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구이저우성은 지난해 10.5%의 경제성장률을 이뤄내며 중국 전체 평균 6.7%도 훨씬 웃돌았다. 구이양도 지난해 GDP가 전년 대비 11.7% 증가한 3157억7000만 위안을 기록하며 사상 처음으로 3000억 위안을 돌파했다.
구이저우성 1인자 자리는 이제 중국의 거물급 정치지도자들이 거쳐가는 자리가 됐다.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 리잔수(栗戰書) 중앙판공청 주임 등이 그동안 구이저우성 당서기를 역임했으며, 현재 구이저우성 당서기를 맡고 있는 천민얼(陳敏爾)은 시진핑의 최측근으로 알려졌다. 그는 후춘화(胡春華) 광둥(廣東)성 당서기, 쑨정차이(孙政才) 충칭(重慶)시 당서기와 함께 중국 차세대 지도자 물망에 이름을 오르내리고 있는 인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