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동시에 세계적인 기술력을 갖춘 전기차도 등장했다. 전기차 스타트업 니오가 대표적이다. 앞서 초고속 자율주행 전기 콘셉트카로 글로벌 시장의 주목을 받았던 니오가 첫 양산차 ES8 SUV를 공개한 것.
이처럼 중국이 달라지고 있다. 여전히 ‘따라하기’ 수준을 벗어나지 못했지만 최신 첨단제품을 비슷하게 생산할 수 있는 인프라, 기술력을 갖췄고 이와 동시에 주목받고 있는 미래 성장분야에서 빠르게 기술력을 확보하며 한 발 앞서 나가고 있다.
기술력을 상징하는 특허 시장에서의 중국의 입지 변화가 이러한 추세를 잘 보여준다. 스마트폰이 대표적이다.
최근 스마트폰 특허 전쟁은 애플과 삼성 양자 대결에서 화웨이까지 삼자대결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화웨이는 중국에서 삼성전자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달 중국 법원은 삼성이 특허를 침해했다며 8050만 위안을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다. “왜 따라하냐”고 화를 내던 삼성이 “따라 하지마”라는 핀잔을 듣는 처지가 된 것이다.
◇ 국제특허 출원량 세계 3위…화웨이, ZTE의 맹공
2016년 중국이 국제특허조약(PCT)에 신청한 세계 특허 출원량은 총 4만3100건으로 전년 대비 무려 44.7%가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세계 특허 출원량 23만3000건의 20%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누계 기준 110만3000건으로 미국과 일본에 이어 세 번째로 100만건을 넘어섰다. WIPO는 이러한 추이라면 중국의 PCT 특허 출원량이 2년 뒤 세계 1위로 올라설 것으로 전망했다.
여기에는 중국 대표 통신장비업체이자 스마트폰 제조업체인 ZTE(中興), 화웨이 등의 힘이 컸다는 평가다.
ZTE는 글로벌 통신업계 최대 PCT 특허 보유 기업으로 2011년, 2012년, 2016년에 특허 출원량 기준 세계 1위를 차지했다. 화웨이도 2014년, 2015년에 1위에 올랐다. 지난해 ZTE PCT 특허 출원량은 총 4123건으로 1위, 화웨이는 3692건으로 2위다. 그 뒤를 미국의 퀄컴, 일본의 미쓰비시, 한국의 LG전자가 쫓았다.
중국 특허출원 건수가 늘어난 것은 연구·개발(R&D) 투자액 증가와 연관된다. 유네스코에 따르면 1996년 중국의 R&D 투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0.57%에 불과했지만 2014년 2.05%로 늘었다. 지난해 중국 R&D 투자액은 총 1조5440억 위안(약 250조7800억원)으로 전체 GDP의 2.1%를 차지했다.
화웨이가 대표적이다. 화웨이는 지난 10년간 R&D 투자에 총 370억 달러(약 41조3300억원)를 투자했다. 화웨이는 지난 1998년 ‘화웨이 기본법’을 마련하고 매년 매출 10% 이상을 R&D에 쓴다는 원칙을 정했다. 통신장비는 물론 스마트폰 해외시장을 개척하면서 매출도 급증하는 추세로 지난해는 매출의 13%에 해당하는 93억 달러를 투자했고 올해는 1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화웨이는 통신장비와 기술을 다루는 캐리어 네트워크 사업에서 에릭슨, 노키아 등을 누르고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스마트폰 사업에선 삼성, 애플에 이어 세계 3위다.
7년 연속 글로벌 특허 출원 순위 ‘3위권’에 이름을 올린 ZTE도 기술력 확보에 계속해서 속도를 올리고 있다. ZTE 역시 수익의 10% 이상을 R&D에 투자하고 있으며 지난해까지 7년간 누적 투자액이 600억 위안(약 9조7500억원)이 넘는다.
5G·4G, 마이크로칩, 클라우드 컴퓨팅, 빅데이터, 사물의 인터넷(IoT) 등 다양한 차세대 기술 연구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마이크로칩 특허 출원량 기준 중국 1위, 사물의 인터넷 특허 보유량 기준 세계 3위, 중국 1위다.
최근에는 5G 기술 선점을 위해 주력하는 모양새다. 이미 ZTE의 5G 관련 특허 출원건수는 1500건이 넘고 자체적으로 개발한 `Pre 5G Massive MiMo(다중입출력)` 기지국을 중국, 일본에 세우고 상용화에 성공했다. 해당 기술은 2016년 스페인 바르셀로나 MWC에서 `2016 글로벌 모바일어워드`를 수상했고 세계이동통신사업자협회(GSMA)의 ‘최고 모바일 기술개발상’ 등을 받았다.
◇ 중국 국내 특허시장, 외자기업 밀려
중국 국내 특허 출원 상황은 어떨까. 중국 지식재산권국(특허청 격)이 지난 1월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국내에서 가장 많은 특허를 출원한 기업은 화웨이였다.
중국 대표 국영석유회사인 시노펙(中國石化), 중국판 넷플릭스로 불렸던 러에코, ZTE, 중국 스마트폰 업계의 다크호스 오포(OPPO), 중국 대표 LCD 패널업체인 징둥팡(BOE), 세계 1위 에어컨업체 거리전기, 샤오미, 누비아(ZTE 계열), 국가전력망 순이었다.
지난 5년간 순위 변화를 기반으로 도출할 수 있는 중국 국내 특허 출원시장의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OPPO의 등장과 외자기업 입지 축소다.
오포는 오프라인 매장, 저가제품 등을 통해 중국 스마트폰 시장을 장악하며 다크호스로 떠오른 기업이다. 오포는 2009년부터 특허 출원을 시작해 2012년부터 기술력 제고에 본격적으로 공을 들였다. 2013년 4월 월 단위 사상 처음으로 중국 국내 특허 출원량 10위권에 진출했고 2015년에는 총 3338건으로 전체 4위, 지난해는 3778건으로 5위에 랭크됐다.
올 3월 29일 기준 오포의 누적 특허 출원량은 총 1만907건이다. 실제 취득한 특허는 총 1136건, 이 중에서 발명 특허가 1060건으로 전체의 86.99%에 육박한다. 오포가 특허 출원을 늘리고 기술력 강화로 전략을 수정한 것은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비용절감으로 경쟁력 높이는 동시에 해외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서다. 로열티 비용을 줄이고 특허 분쟁을 최대한 피하겠다는 것이다.
중국 국내 특허 출원량은 지난해 전년대비 21.5% 늘어난 133만9000건으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특허 신청 주체는 대부분 중국 기업이다. 2012년만 해도 중국 특허 출원량 10위권 중 절반이 외자기업이었지만 2013년 이후 상위 10위권에서 외자기업의 이름은 사라졌다.
이는 해외시장 진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중국 기업의 자구책 추진과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한 국가 차원의 노력이 더해진 결과다. 중국은 지난 1월 ‘13차 5개년(2016~2020) 국가 지적재산권 보호·응용 규획’을 공개하고 특허 보유량을 인구 만명당 2015년 6.3건에서 오는 2020년 12건으로, 국제특허(PCT) 출원량은 총 3만건에서 6만건으로 늘린다는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중국 '특허' 확보의 힘은 선전, 베이징 등을 중심으로 쏟아지고 있다. 최근 중국 지식재산권 특허관리사(司·국)와 지식재산권발전연구센터가 발표한 ‘2016 전국 지역별 특허경쟁력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특허 종합 경쟁력 1위는 ‘창업의 메카’ 선전이 속한 광둥성이 차지했다. 중국의 실리콘밸리를 꿈꾸는 중관촌의 베이징, 장쑤성, 알리바바의 저장성 등이 그 뒤를 따랐다.
◇ 미래의 특허 격전지, 인공지능(AI) 노려
AI라는 미래의 전장터에서 벌써부터 중국이 범상치 않은 행보를 보이고 있어 눈에 띈다. 일본 니케이아시안리뷰의 보도에 따르면 최근 중국 AI 특허 출원은 급증하는 추세다. 2010~2014년까지 총 특허 출원량은 8410건으로 지난 5년간의 2934건과 비교해 무려 186%가 늘었다.
분야별로는 로봇 관련 특허가 38.3%로 가장 많았고 신경네트워크(17.9%), 이미지 식별기술(10.4%), 음성인식(8.1%), 컴퓨터 시각기술(5.9%)의 순이었다.
독보적인 행보를 보이고 이쓴 기업은 중국 최대포털업체 바이두다. 리옌훙(李彦宏) 바이두 회장은 유명한 AI 찬양론자다. 지난해 3월 중국 최대정치행사 양회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정부업무보고에서 AI가 처음으로 언급되자 “인터넷을 언급했을 때보다 훨씬 의미가 크다”며 향후 대세는 AI라고 확신했다.
이와 함께 바이두의 AI 기술 개발도 속도가 붙었다. 바이두가 개발한 음성인식 기술인 ‘딥 스피치2’ 는 지난해 미국 MIT 테크놀로지리뷰가 선정한 ‘2016년 10대 혁신기술’에 꼽혔으며 ‘세계 50대 혁신기업’ 순위에서 아마존 다음의 2위를 차지했다. AI 관련 중국내 특허 출원량이 2000개를 웃돌고 국제 특허 출원량도 1000개가 넘는다.
자율주행기술 확보에 공을 들이고 있다. 최근 열린 상하이 국제 모터쇼에서는 자율주행자동차 기술 플랫폼을 공개하는 이른바 ‘아폴로(Appolo)’ 프로젝트 추진을 선언했다.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차량, 클라우드 데이터 플랫폼 등을 단계적으로 오픈해 빠르게 기술력과 생태계를 확보한다는 포부다. 바이두는 자율주행과 관련해 500여개의 국내외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