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만에 사세 3배 확장…이면에 '정권유착' 논란도
(로스앤젤레스=연합뉴스) 김종우 특파원 = 미국의 싱클레어 방송그룹(Sinclair Broadcast Group)의 트리뷴 미디어(Tribune Media) 인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그림자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CNN이 9일(현지시간) 전했다.
싱클레어는 미 전역에 173개 TV 방송국과 514개 채널을 소유하고 있다. 트리뷴 미디어는 42개 지역 방송국과 WGN 아메리카 케이블·위성 채널 등을 소유한 유서 깊은 언론복합기업이다.
싱클레어는 이번 트리뷴 미디어 인수로 미국 내에서 가장 많은 지역방송국을 보유한 방송계 '최강자'로 급부상했다.
싱클레어가 트리뷴 미디어 인수전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은 트럼프 행정부 출범이후 연방 통신위원회(FCC)의 이른바 'UHF 디스카운트'(UHF Discount) 재도입 추진으로 가능했다.
UHF 디스카운트는 개인이나 법인이 전국 시청자 도달률을 일정 수준 넘지 않을 때 전국 TV 방송국을 소유할 수 있으며, 이때 UHF 방송국의 시청률 도달률은 실제보다 50% 깎아서 반영하도록 하는 것이다.
실제로 싱클레어는 트리뷴 미디어 인수로 미국 TV 시장 점유율 40%를 넘어서게 된다. 현행 FCC의 독과점 규제에 따르면 이번 인수는 승인받지 못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아지트 파이 FCC 위원장은 최근 UFC 디스카운트 재도입뿐만 아니라 인터넷 사업자(ISP)들도 방송을 할 수 있도록 망 중립성 폐지도 적극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루퍼트 머독의 21세기 폭스가 사모펀드 블랙스톤그룹과 손잡고 트리뷴 미디어 인수전에 뛰어들려고 했던 이유이기도 하다.
싱클레어는 또 지난 대선 과정에서 보수 편향의 보도로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에 일조했다. 특히 이 같은 보도는 '스윙 스테이트'(정치적 성향이 뚜렷하지 않은 경합州)의 표심에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앞서 폴리티코는 지난해 12월 싱클레어가 대선 기간에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사위인 재러드 큐슈너와 '이면 거래'를 통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우호적 보도를 쏟아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양측은 다른 언론사보다 싱클레어 측에 트럼프 취재 접근권을 많이 부여하는 대신 논평 없이 인터뷰 내용을 방송에 그대로 전달하는 거래를 했다는 것이다. 양측의 이해관계가 딱 맞아 떨어진 셈이다.
싱클레어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우호적인 보도로 측면 지원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FCC가 돌연 UHF 디스카운트 재도입 카드를 꺼낸 데는 나름 이유가 있다고 CNN은 전했다.
싱클레어의 소유자인 스미스 형제들은 1990년대 초 부친으로부터 볼티모어와 피츠버그, 콜럼버스 등의 TV 방송국 3곳을 물려받았다. 이들은 10년도 안 돼 방송국을 59개로 늘렸으며, 2014년에는 162곳으로 확대하는 수완을 발휘했다.
스미스 형제들이 이처럼 확장할 수 있었던 것은 당시 조지 W. 부시 행정부를 편향 보도로 적극적으로 지원했기 때문이었다고 CNN은 지적했다.
싱클레어는 지난 2004년 이라크에 취재팀을 보내 미국의 대 이라크 전쟁을 미화하는 보도를 양산해 논란을 일으켰고, 당시 부시 대통령의 연임을 위해 민주당 존 케리 대선 후보를 공격하는 1시간 분량의 보도를 내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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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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