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 특집] 새로운 도전의 땅 : 가나

2017-05-02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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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나, 사하라 이남 국가 중 정치적으로 안정적인 국가 평가

오바마 가나서 "아프리카 국가는 한국 경제 개발 경험 배워야" 연설

FDI 매년 평균 20%씩 증가...제조업 등 다방면 진출 용이

 

[이진상 한국뉴욕주립대학교 교수]

◆ 석유 생산 계기로 '아프리카의 호랑이'를 꿈꾸다

11세기 이후 가나에서는 여러 왕국이 흥망성쇠를 거듭했다. 17세기 후반부터는 아샨티 왕국이 들어섰지만 가나의 남부 지방 골드 코스트가 영국에 점령된 뒤 이 왕국마저 무너졌다. 그 뒤 19세기 후반에는 국가 전체가 영국의 식민지가 됐고 20세기 초부터 독립 운동이 시작됐다. 가나는 1957년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가장 먼저 독립했다. 독립 이후 네 차례의 군사 쿠데타를 경험했지만 1991년 이후 민주적인 선거에 의해 평화적으로 정권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다. 지금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에서 정치적으로 가장 안정된 국가로 평가 받는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이런 점을 근거로 삼아 지난 2009년 1월 취임 후 첫 아프리카 방문지로 가나를 택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노예무역의 중심 항만이었던 가나 케이프 코스트 캐슬(Cape Coast Castle)의 ‘돌아오지 않는 문’에서 "아프리카 국가들이 한국의 경제 개발 경험을 배워야 한다"는 내용의 연설을 했다.

가나는 서부 아프리카에 위치한다. 서쪽으로는 코트디부아르, 북쪽으로는 부르키나파소, 동쪽으로는 토고와 국경을 접하고 있다. 불어권 구 프랑스 식민지에 둘러싸여 있다. 수도 아크라(Accra)와 테마(Tema)는 오랫동안 포르투갈, 네덜란드, 덴마크, 영국 등의 서부 아프리카 무역 중심지 역할을 하였다. 인구 2700만명에 약 60개 부족이 있다. 인구의 70% 이상이 기독교 신자이며, 이슬람 신자는 18% 내외다. 가나는 또 석유, 천연가스와 여러 가지 광물을 보유하고 있다. 아프리카 제2의 금 생산국이기도 하다. 은과 알루미늄, 보크사이트, 망간 등 광물이 전체 수출의 40%를 차지하고 있다. 적절한 강수량으로 농산물 생산도 풍부하다. 농산물은 국민 총생산의 약 37%를 차지하고 있으며 농업 종사 인구는 50%에 이른다. 코트디부아르 다음으로 세계 제2의 코코아 생산국이기도 하다. 1인당 국민소득은 1400달러에 불과하며 절대 빈곤층도 약 40%에 달한다.
 

가나 연안 해상 지도 [그래픽=임이슬기자 90606a@]


1990년 이후 가나는 아프리카 국가 중 상위 수준의 경제성장률을 유지하고 있다. 2011년부터는 석유를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아프리카의 호랑이’가 될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다. 가나 정부는 석유 개발과 관련해 석유 시추·생산·수송에 따른 환경오염을 방지하기 위해 여러 가지 규정과 관리 감독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2011년 기준 산유량 규모는 일일 12만 배럴 규모로 예상했으나 약 6만 배럴에 불과했다. 최근에는 약 10만 배럴로 증가했다. 세계적인 석유기업들은 가나에 석유 매장 가능성이 있으나 경제성이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탐사에 소홀해 왔다. 그러던 중 영국의 툴로 석유사(Tullow Oil)가 2007년 가나 연안의 석유를 발견했다. 툴로가 발견한 가나 내 석유 매장량은 주빌리(Jubilee) 유전을 포함, 약 50억 배럴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1996년 3명이 만든 지하수 개발회사인 툴로는 영국에서 석탄 및 석유 탐사를 하다가 가나의 해상 석유 탐사에 성공하면서 불과 10여년 만에 세계적인 석유탐사 회사로 도약했다. 가나에서 대박을 터뜨린 뒤로는 현재 세계 수십개 국가에서 자원 탐사활동을 추진하고 있다.

◆ 2000년 이후 FDI 증가세··· 매년 평균 15~20% 증가

가나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역사는 길다. 1890년 영국의 식민지 이후 여러 영국회사들이 진출하기 시작했다. 초기에는 주로 광업 기업들과 일부 농업생산 및 가공 기업들이었지만 일부 회사들은 댐 건설, 지하자원 탐사 등에 참여했다. 1950년대 초부터 수자원 개발을 시작하여 1961년 세계 네 번째 규모의 아코솜보(Akosombo) 댐을 건설했다. 볼터(Volta) 강에 건설된 아코솜보 댐은 가나 면적의 4%에 달하는 넓은 호수가 만들었다. 댐 건설에는 세계은행(WB), 영국, 미국, 가나 정부 등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여기서 생산된 전력의 80%는 알루미늄 생산에 이용하고, 나머지 20%는 가나 및 접경국가인 토고에도 수출한다. 아코솜보 댐은 가나에 진출한 외국기업의 전형적인 자원 개발 연계형 사업이면서도 민·관협력 사업의 모델인 셈이다.

가나의 FDI는 2000년 이후 더욱 증가해 왔다. 2012년과 2013년 각각 49억 달러, 39억 달러에 달하는 등 지난 2012년 이후 매년 평균 15~20%로 증가하고 있다. 세계은행이 공개한 투자환경 순위는 67위로 아프리카에서 가장 높다. FDI 분야는 자동차, 전자, 알루미늄, 농수산 식품 가공, 시멘트 및 섬유 등 다양하다. 지난 10여년간 중국의 투자가 급속하게 증가하면서 34개 중국회사가 진출해 플라스틱 제품, 제철, 제지, 가방 등에 투자해 왔다. 인도 회사들은 IT 분야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영국, 독일, 캐나다 기업의 진출도 활발하다. 최근 나이지리아를 비롯한 서부 아프리카 국가에 진출한 외국 기업들도 생산 기지를 가나로 옮기는 추세다. 가나에서 FDI가 증가하는 것은 정치적 안정과 정부의 정책적인 일관성, 경제·사회 인프라와 인적 자원의 우수성, 원활한 전력 공급 등 양호한 사업 환경 때문으로 분석된다.

가나가 외국인 투자 유치를 유지해온 데는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지속적으로 운용한 점도 영향을 줬다. 1960년대 전후에 아프리카 국가들이 식민지에서 독립하면서 여러 아프리카 국가들은 사회주의 노선을 채택했다. 그러나 가나는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시기에도 시장경제를 유지했다. 건국의 아버지이자 독립운동의 아버지로 불리는 은쿠루마는 미국과 영국에서 교육을 받은 엘리트로 1957년부터 1966년까지 10년간 집권했다. 은쿠루마 집권기간 중 경제발전에 큰 진전은 없었으나 은쿠루마 이후 가나는 여러 차례 구데타를 경험하게 되고 정치적 혼란기를 겪었다.

◆ 한국 기업 진출 두드러져··· 제조업 등 다방면 진출 가능성

1980년대 초 국제기구와 미국 및 서구유럽의 원조 국가들은 개발 도상국가를 대상으로 구조조정계획(SAP)을 발표했다. 구조조정계획은 개도국 국영기업의 민영화, 정부의 시장개입 최소화, 자유 무역 등을 조건으로 원조를 제공하는 것이었다. 이는 아프리카 국가들이 서방세계와 좀 더 긴밀한 국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한 수단이기도 했다. 가나는 아프리카 대상 국가 중에서 가장 처음인 1982년부터 구조조정계획에 자발적으로 참여했다. 당시 롤링 대통령은 제3공화국에서 두 번째로 집권하고 있었으며 경제 발전을 추구하고 있었다. 구조조정계획의 여러 조건에 부합하는 정책을 채택하면서 대외원조가 늘고 경제는 활성화됐다. 구조조정계획이 경제발전에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이다. 가나가 구조조정계획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것은 주변국가의 모범 사례로 높이 평가 받고 있다.
 

[그래픽=김효곤 기자 hyogoncap@]


가나와 한국의 교역 규모는 수출 4000만 달러, 수입 총규모 3억 달러에 달한다. 한국의 대(對)가나 원조 규모는 무상 누계 약 6000만 달러(유상 약 1억 달러)에 이른다. 가나와 한국 간 무역 및 원조 규모는 큰 편이 아니지만 최근 한국기업의 가나 진출이 증가하고 있다. 민간 기업으로는 삼성물산, SK건설, 신성건설 등이 테마 지역의 정유공장 확장 공사, 각종 도로건설 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또 건설, 정보통신, 엔지니어링, 무역, 수산업 등 여러 분야에서 성공한 한국인 사업가들이 있다. 가나에서 외국인의 사업 성공 사례는 그만큼 시장경제가 개방돼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가나는 인구 2억5000만명의 큰 시장이 되는 서부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 회원국이다. 제조업 진출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1980년대 초 ‘한국과 가나의 경제 발전 비교’에 대한 보고서를 발행했다. 가나의 면적은 한반도와 비슷하지만 인구는 절반에 불과했다. 가나의 국민소득 수준은 1957년 독립할 당시만 해도 한국과 비슷했지만 1980년에는 한국의 20%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보고서에서는 가나가 수출 주도형 산업화로 전환하고 노동 집약산업에 집중하여 수출을 통해 외화를 벌어들이고, 자본 집약형 산업 투자를 늘려야 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가나 출신인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이 재직 10년간 새천년개발계획(MDGs)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점에 대해 가나 사람들은 자랑스러워한다. 반기문 전 총장도 아난 총장에 이어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로 2030년까지 국제사회가 달성해야 할 목표를 제시했다. 가나는 국가발전을 위해 한국의 경험을 배우기를 바라고 있다. 가나가 ‘아프리카의 호랑이’로 도약하는 데 있어 한국기업들이 적극적으로 진출해 동반자 역할을 하게 되기를 기대해본다.

※ 이진상 교수 프로필
△현 한국뉴욕주립대학교 기술경영학과 교수(국제지속발전연구원 원장)
△현 한국 아프리카학회 회장

<주요경력>
△전 덕성여자대학교 특임교수(국제개발협력센터장 및 Director of Duksung-UN Women World Congress)
△전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국제개발협력, 경제개발 및 성장과 글로벌화, 아프리카 경제개발 등)
△전 국무총리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평가관리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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