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리카에는 "남쪽으로 내려가면 갈수록 더 잘산다"라는 말이 있다. 경제적으로 가장 앞선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남아공은 ‘아프리카 속의 유럽‘ 또는 ’아프리카 경제의 파워 하우스‘ 라고도 불린다. 면적은 한국의 12배나 되고 인구는 5600만명에 이른다. 인구 중 79%는 아프리칸이고 네덜란드나 영국계가 9.6%를 차지한다. 인종이 다양하고, 사용하는 공용어도 모두 11개나 된다. 공화국으로서 삼권분립의 원칙을 지키기 위해 1910년 독립 이후 수도를 분리했다. 행정수도와 입법수도는 각각 프리토리아와 케이프타운에, 사법수도는 블룸폰테인에 위치한다. 제1경제 도시는 인구 620만명의 요하네스버그다.
풍부한 지하자원, 기름진 옥토와 쾌적한 기후 때문에 남아공은 식민지 팽창주의 시대의 주요 타깃이 되었다. 15세기 초 포르투갈 사람들이 도착한 데 이어 17세기 중반에는 네덜란드가 동인도회사를 설립하면서 외국과의 교역이 활발해졌다. 남아공은 18세기 말 영국의 요하네스버그 점령과 통치를 계기로 19세기 초부터 영국연방에 포함되었다. 두 차례에 걸친 보어전쟁 이후 1910년 주권국가로 독립했다. 남아프리카연방공화국으로서 80여년간 인종차별주의(Apartheid·아파르트헤이트)로 세계의 지탄을 받기도 했다.
1961년에는 영국의 영향에서 벗어나 남아프리카공화국으로 국명을 바꿨다. 1991년에는 백인정부가 물러나고 흑인 정부가 집권을 시작했다.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은 27년 6개월간 감옥살이를 하고 풀려난 이후 대통령이 되었다. 만델라 정부는 인종차별주의 철폐 이후 '진실과 화해 위원회'를 운영하면서 사회 통합에 큰 기여를 했다. 1994년 이후에는 경제 주도권을 가진 백인들과 새로운 정권 창출·지배층 구성을 원하는 흑인정부 지도자들 간의 의견 대립이 심해졌다. 지금도 흑인 대통령이 계속 집권하고 있지만 정치·경제·사회적 문제는 쉽게 해결되지 못하고 있다. 경제는 인구 10% 미만에 불과한 백인이 지배하고 있다. 흑인들의 실업률은 백인의 3배가 넘는다. 농업을 비롯한 경제 활동이 지속적으로 약화되면서 대기업 대부분은 국내 투자 비중을 줄여 다른 아프리카 국가에 대한 투자에 집중해 왔다.
◆ 우수한 인적 자원·기술, 풍부한 자원이 강점
남아공은 다른 아프리카 국가에 비해 교육 수준이 높다. 문해율은 전체 인구의 90%에 이르고 인적 자원이 우수하다. 남아공은 노벨 문학상·의학상·화학상·평화상 수상자를 모두 10명이나 배출했다. 인구 12억명의 인도보다 수상자가 많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이유다. 2010년에는 아프리카 최초로 월드컵을 개최했다. 브릭스(BRICKS, 브라질·러시아·인도·중국·카자흐스탄·남아공)나 3국 경제협력체 IBSA(인도·브라질·남아공)에 가입되어 신흥 공업국가로 평가받기도 한다.
남아공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 중에서 나이지리아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경제 강국이다. 산업 생산은 아프리카 전체의 30%, 광물 생산은 45%, 전력은 50%를 차지하고 있다. 전체 교역량에서 주변 아프리카 연안 국가들과의 교역량 비율은 25%에 불과하다. 주요 무역 대상국은 미국, 독일, 영국, 중국, 일본 등이다. 정보통신 분야는 특히 경쟁력이 있고, 아프리카 제1의 통신 회사인 MTN은 아프리카 및 중동의 20여개 국가에 진출했다. 가입자만 2억4000만명에 이르고 연간 매출 규모는 113억 달러(2015년)에 달한다. 에너지 및 석유화학 산업도 오래전부터 시작했다. 에너지 기업 사솔(SASOL)은 1950년에 설립된 뒤 전 세계 36개 국가에 진출한 다국적 기업으로 성장했다. 현재 가동 중인 원자로 2기에다 2030년까지 원자로 8기를 추가로 건설할 계획이다.
남아공에는 약 1000개의 광산이 있고 고용된 노동자 수는 40만명에 이른다. 60여 가지의 광물이 생산되는데, 광물 수출은 전체 수출액의 30%를 차지한다. 전 세계 생산량의 66%를 차지하는 다이아몬드를 비롯해 특수강과 금 생산은 각각 세계 1, 2위를 차지하고 있다. 남아공의 연간 금 생산량은 약 250t에 이른다. 종사자 수만 20만명으로 전체 국민총생산(GDP)의 3%, 전체 수출의 15%를 차지한다. 매장량으로 보면 금과 백금이 각각 전 세계의 39.1%, 55.7%로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철광석(8위), 석탄, 납(5위), 망간(1위), 구리, 니켈, 크롬, 우라늄, 인광 등 주요 광물이 풍부하다. 2009년 2월에는 남아공 주도로 아프리카 주요 자원생산국 12개 국가들이 함께하는 아프리카 광업연합(African Mining Partnership)을 결성했다. 가입국에는 말리, 가나, 탄자니아, 마다가스카르, DR콩고, 앙골라, 나미비아, 이집트, 잠바브웨, 나이지리아, 세네갈 등 주요 자원 부국들이 포함돼 있다.
자연환경이 아름다운 남아공은 온화한 기후를 자랑한다. 생활비도 저렴해 유럽국가의 정년퇴직자들이 노후생활을 할 정도로 인기가 좋다. 남아공에 거주하는 유럽인들만 수백만명에 달한다. 영국인 거주자가 160만명으로 가장 많은데, 이 중 정년퇴직자는 30만~40만명으로 추정된다. 이 밖에 약 500만명의 아프리카 이민자들이 생활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도시 슬럼가에 거주하고 있으며 절반 정도가 실업자들로 추정된다. 전체 실업률은 25~30%에 수준이고, 대부분 젊은이들이다. 높은 실업률은 빈곤율 증가와 범죄율 증가로 이어져 사회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 적극적 FTA 참여·투자 활성화··· "한국 기업 진출에 긍정적"
남아공은 EU, 미국, 인도, 중국과 FTA를 이미 체결했고 다른 여러 신흥 공업국들과 추가 협의하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 중에서 가장 개방된 경제를 가지고 있는 국가라는 평가도 받는다. 외국의 금융기관이 자유롭게 영업 활동을 할 수 있으며, 외국인 직접투자(FDI)를 가장 많이 유치한 국가다. 외국인 투자 분야는 광업 관련 투자와 더불어 제조업도 잘 발달되어 있다. 외국 자동차 회사의 경우 GM, 포드, 크라이슬러, BMW, 폭스바겐, 도요타, 닛산, 피아트 등 세계 굴지의 자동차회사들이 진출해 있다. 다른 아프리카 국가에 비해 인프라가 잘 마련돼 있고 우수 기능 인력을 쉽게 조달할 수 있어 서구유럽·미국·중국·인도의 투자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2007~2013년 기간 전체 아프리카에 유입된 외국인 투자의 24%가 남아공에 유치되었다. 2013년과 2014년의 외국인 직접투자 규모는 각각 83억 달러, 57억 달러에 달했다.
남아공이 주도적으로 이끌고 있는 남아프리카경제공동체(SADC)는 1980년에 출범하였으나 큰 진전을 가져오지 못했다. 그러다가 1997년부터 재논의를 시작, 2008년부터 자유무역협정이 발효되었다. 모두 12개 국가에 인구 1억8000만명의 시장이다. 남아공은 SADC, 동남아프리카경제공동체(COMESA) 및 동아프리카경제공동체(EAC)를 아우르는 삼각자유무역지역(TFTA)을 설립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남아공의 풍부한 자원, 우수한 인적자원, 잘 준비된 경제 및 사회 인프라에 한국기업이 보유한 기술력을 접목한다면 공동 이익을 가져올 수 있다. 남아공은 한국과 원전기술 연구개발의 공동협력을 위한 양국 간의 양해각서 및 원자력 협정을 체결하기도 했다. 남아공 정부는 산업에 우선순위를 부여하고 중점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자동차산업은 외국인 투자유치에 성공한 좋은 사례다. 남아공은 다른 아프리카 국가로 사업 영역을 확대하는 데 전진 기지로 적합한 국가다. 에너지와 자원 개발 및 활용, 제조업, 자동차, 석유화학, ICT, 인프라 건설, 농림수산업 등 진출 대상도 다양하다. 남아공과 우리나라의 경제 협력이 더욱 활성화되기를 기대해 본다.
※ 이진상 교수 프로필
△현 한국뉴욕주립대학교 기술경영학과 교수(국제지속발전연구원 원장)
△현 한국 아프리카학회 회장
주요경력 :
△전 덕성여자대학교 특임교수(국제개발협력센터장 및 Director of Duksung-UN Women World Congress)
△전 고려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국제개발협력, 경제개발 및 성장과 글로벌화, 아프리카 경제개발 등)
△전 국무총리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평가관리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