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7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이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방지에 대한 구체적인 성과 없이 끝났고, 미국이 당초 호주로 갈 예정이던 항공모함 칼빈슨함의 항로를 한반도 쪽으로 급변경하는 등 사실상 대북 무력시위에 나섰다.
북한이 오는 15일 김일성 주석의 생일(태양절)을 앞두고 전략적 도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는 등 북한과 미국이 한반도에서 맞불작전을 펼치고 있는 형국이다.
북한은 미국 트럼프 정부가 곧 폭격에 나선다는 '4월 위기설'까지 돌자 지난 10일 밤 늦게 외무성을 통해 "미국의 횡포 때문에 파국적 결과를 맞게 될 것"이라며 "이를 전적으로 책임지게 만들 것"이라는 신경질적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중국의 적극적인 역할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1일 북한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는 독자적 조치 가능성과 함께 ‘중국 역할론’을 또다시 꺼내들면서 중국 정부에 대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번이 중국에 대한 3차례 '경고'로 향후 트럼프 행정부가 내놓을 대중 압박 카드도 관심사다.
당장 이르면 14일 공개되는 미국 재무부의 환율조작국 관련 보고서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지에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의회에서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에도 불구, 북한이 숨고르기를 하는 듯한 액션을 취한다는 분석이 나와 북한이 국면 전환을 꾀하려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11일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김일성 시대의 '유물'로 알려진 외교위원회를 19년 만에 다시 설치하면서다.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의 부활이 북한이 심각한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해 외교위원회를 내세워 미국, 중국 등 국제사회와의 관계 개선에 나설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5월 한국에서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기 직전에 외교위원회를 설치한 것을 두고 북한이 앞으로 한국과 미국 등을 향한 적극적 유화공세에 나설 가능성이 조심스럽게 관측된다.
북한이 19년 만에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를 부활하면서 과거 대미 핵외교의 주역인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을 위원으로 기용한 점이 눈길을 끈다.
김계관은 북핵 6자회담이 활발하게 가동되던 2004∼2008년 북한의 6자회담 수석대표를 맡아 2005년 '9·19 공동성명' 도출에 참여하기도 한 북한 핵외교의 핵심 실세다. 1990년대부터 각종 북미회담에 참여한 북한의 대미외교 '간판'이라고도 할 수 있다.
김계관의 기용이 더욱 눈에 띄는 이유는 북핵 협상의 중단, 그리고 북한 외교의 고립 추세 속에서 그의 대외활동도 최근 몇 년간 상대적으로 뜸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의 6자회담 재개 주장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 정부도 북한의 외교위원회 부활이 대외관계 의지의 표현이라고 평가했다.
이덕행 통일부 대변인은 12일 정례브리핑에서 "대외관계에도 관심을 쏟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며 "북한이 핵이라는 목표가 있고 또 다른 목표로 경제나 대외관계 개선 등 상반되는 목표도 추구하고 있는데, 핵이 아닌 다른 목표에도 관심을 갖는 것이 아닌가 하는 점에서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 대변인은 다만 "최고인민회의의 기능이 굉장히 제약되어 있다"고 말해 북한의 대외정책의 변화에 대한 한계도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