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원승일 기자 ='공공 일자리 81만개 창출', '청년 중소기업 채용 시 50만원 지원', '규제 완화 통해 민간 기업 자발적 고용 유도'
5명의 대선 주자 모두 ‘일자리’ 대통령을 천명하고 나섰다. 핵심 공약 모두 ‘고용 창출’로 귀결되지만 문제는 방법이다.
실현가능성이 담보되지 않은 공약(公約)은 공약(空約)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재정 쏟아부어 일자리 창출, 국민 부담만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를 제외한 4명의 후보는 정부 주도의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곧 국가 재정 투입을 골자로 한다.
우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공무원 일자리 17만4000개, 공기업 민간용역 일자리 33만개, 정부 위탁 예산사업 일자리 30만개 등 총 81만개의 공공부문 일자리를 만들겠다고 했다.
또 52시간 법정 노동시간을 지키고, 휴가를 제대로 사용할 수 있게 한다면 민간 부문에서도 50만개의 새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위해 향후 5년간 총 21조5000억원의 재정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된다.
하지만 정부가 주도해 고용을 늘리는 사업은 질 낮은 단기간 일자리가 대부분이라는 한계가 있다. 또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막대한 국가 재정을 쏟아부어야 한다.
국가부채가 1400조원이 넘는 상황에서 혈세를 투입해 일자리를 늘리는 것은 곧 국민 부담으로 돌아온다는 지적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는 중소기업 취업 청년에게 대기업 임금의 80% 수준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총 3조원가량의 재정을 투입해 1인당 매달 50만원씩 총 600만원을 지원할 방침이다.
일자리 교육훈련을 받는 청년들에게 6개월간 월 30만원씩 지원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안 후보의 공약은 대·중소기업 격차 해소를 통해 청년 구직난과 중소기업 인력난을 동시에 해소하겠다는 의지가 돋보인다. 하지만 안 후보 역시 정부 재정에 기대고 있다는 점에서 국민 부담을 어떻게 줄일지, 재원은 또 어떻게 마련할 것인지 구체적인 방안은 내놓지 못했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는 안정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대기업 등의 비정규직 채용을 제한하고 비정규직 사용 총량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심상정 정의당 후보도 하청 노동자 임금을 원청 정규직의 80% 수준까지 올리고 비정규직 사용 사유를 제한하는 등 비정규직 일자리를 줄이겠다고 했다.
두 후보는 2020년까지 최저임금 1만원(시간당)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공약도 내놨다.
두 후보 모두 비정규직 수를 줄이고, 최저임금 수준을 높이는 등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는 데 중점을 뒀다. 반면 정부가 민간 부문 고용에 개입한다는 논란, 지속된 경기 침체에 따른 경영계 부담을 어떻게 해소할지 등은 과제로 남는다.
홍준표 후보는 규제 완화를 통해 민간 기업의 자율적 고용을 유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규제 완화에 대한 구체적인 방식이 제시되지 않았다.
◆국회 계류된 일자리 법안 처리, 현실성 있는 공약
현실성 떨어지는 마구잡이식 일자리 공약보다 기존 일자리 법안들을 세밀하게 다듬은 뒤 국회 처리가 시급하다는 지적도 있다.
경제활성화 법안에 속하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과 규제프리존법, 노동개혁법 중 하나인 근로기준법 개정안, 청년 일자리를 늘리는 청년고용촉진법 등이 몇 년째 국회에 계류돼 있는 일자리 법안들이다.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은 의료·관광 등 서비스업 분야를 확대, 세제 지원을 강화해 일자리를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규제프리존법은 수도권을 제외한 14개 시·도가 드론, 친환경자동차, 3D 프린팅 등 전략산업을 정하고, 정부가 금융·세제·인력 등을 지원하는 내용이 담겼다.
규제프리존법 도입 시 오는 2020년까지 신규 일자리가 전국에 21만개 생길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이들 법안 모두 여야 이견이 커 19대 국회에서 처리되지 못한 채 폐기됐다. 지난해 다시 국회에 제출됐지만 이번에도 폐기된 채 차기 정부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주 7일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제한하는 내용의 근로기준법 개정안은 노사정 합의에도 정치권의 벽을 넘지 못해 또다시 폐기될 처지에 놓였다.
공공기관 청년의무고용률을 3%에서 5%로 상향하고, 민간기업에도 청년의무고용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청년고용촉진법은 여야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했다.
청년 실업률이 10%대에 육박하는 등 고용절벽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법 개정을 통해 일자리를 나누겠다는 취지가 빛이 바랬다는 지적이다.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선 주자들의 일자리 공약을 보면 대부분 민간 세금으로 공공부문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것인데, 기존 정부 일자리 정책과 다를 바 없고 국민 부담만 지우는 식"이라며 "기존 일자리 법안을 보완해 차기 정부때 처리하는 것이 보다 현실성 있는 공약”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