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바다 동백꽃이 다 지고 있다기에
붉은 꽃잎 붉게 익어 바다로 간다기에
늦은 꽃잎 마저 보러 봄볕 따라 갔습니다
여전히 너를 볼까 하염없이 갔습니다
동백꽃은 벌써 지고 봄바람에 마저 떨고
지는 자리 봄볕에서 새로 피는 동백꽃잎
내 마음서 다시 피는 지난날의 붉은 꽃잎
아직도 붉은 동백 붉게 핀 이른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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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바깥 날씨가 참 화창하다. 마음이 들떠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아 우리집에 사는 들고양이처럼 습관적으로 마당을 한 바퀴씩 돌게 된다. 새순 돋는 모양이 하루가 다르다. 저런 것이 있었나 혹은 내가 언제 저것들을 저 자리에 옮겨 심었나 하는 찰나마다 새싹들이 머리를 내민다. 매년 그렇지만 봄날 땅 속에서 솟아 나오는 것들을 보면 새롭고 신기롭다. 또 경이롭다. 그러다 보니 담장에 산수유가 벌써 활짝 피었다. 노란 꽃잎에 마음이 또 설렌다. 해남이나 강진, 구례로 하여 섬진강을 한 바퀴 돌아오는 이맘때 봄꽃여행이 참 좋다. 그곳의 이른 봄꽃들은 다 지고 있을 게다. 그렇게 지는 꽃잎이, 다 지고 땅에 떨어진 꽃잎에 마음을 빼앗긴 어느 해 봄날의 여행길이 있었는데, 그 기억이 이맘 때 나를 늘 들뜨게 만든다. 봄볕 좋은 날 진도 여행길에서 만났던 이미 늦어버린 동백꽃이었다. 땅에 떨어진 동백꽃잎이 너무 붉어 동백은 땅에서도 핀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그날의 그 동백을 다시 볼까하여 그곳으로 가고 싶다. 그런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