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갈을 씻는 여울 소리에
채송화만한 크기 집을 짓고
아침 창을 열면 햇살에
은발로 부서지는 목 메이는 갈대들
어느 날은 느낌표 같은 봄비 곁
흙내 나는 신발 가지런히 벗어
빗내 나는 점심상을 차리다
저리 붉어지는 싸리꽃 때문
화전을 붙이면
저절로 취하는 이른 막걸리
낮잠이 들어
나비꿈을 꾼다
어느 날 문득
그립던 사람도 어쩌면
나비의 꿈속인지도 모르겠고
그렇게 한 해를 나고 싶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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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내리던 진눈깨비가 함박눈으로 변했다. 나라는 아직도 어수선하고 내일도 모레도 그럴 것이다. 그래도 시간은 간다. 벌써 한해도 며칠 남지 않았다. 뒤 돌아보면 순식간에 여기까지 왔다.
시골로 온지 벌써 10년을 넘겼다. 강가에 작은 집 하나 짓고 텃밭을 가꾸다, 비 오는 날 혹은 눈이라도 오는 날에는 막걸리를 마시고 낮잠을 자다 깨면, 앞산의 싸리꽃이 목 메이게 피어 붉고, 멀리 있어 더욱 그리운 이에게 손편지를 써 자전거를 타고 양지바른 우체국에 가면 반갑게 맞아주는 나이 많은 직원이 있어, 편지를 부치고 돌아서 나오면 노을 지는 하늘 저녁이 되고, 그렇게 하루가 가고 또 한해를 나고 싶었는데, 엉겹결에 또 한 해가 갔다. 나비꿈을 꾸려면 나이가 더 들어야 할 것 같다.
다들 꿈꾸고 생각한 대로 또 행복하게 한해 마무리 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