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후보의 확장성은 40% 벽 안에 갇혀 있는 반면 안철수 후보는 중도보수층을 진공청소기처럼 빨아들이고 있다. 그렇다면 구야권 후보끼리의 이런 양강 구도는 계속 지속될 수 있을까?
우선 안철수 바람의 실체를 살펴보자.
탄핵정국 이후 마음 둘 곳을 잃어버린 보수층은 ‘문재인도 싫지만 홍준표, 유승민도 썩 마음에 들지 않는’상황에서 선택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여기에는 문재인 후보의 공이 컸다. 문 후보는 경선과정의 앙금을 풀고자 맥줏집 회동에서 통합의 술이라며 소맥 원샷 등 겉으론 화기애애한 장면을 연출하려 애썼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이는 원래 다투면서 깊어지는 것”이라는 안 지사의 레토릭과는 달리 경선과정에서 깊은 내상을 받은 안 지사지지자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문 후보 아들의 고용정보원 채용특혜 의혹이 불거지면서 젊은 층에 “정유라와 다를 게 뭐냐”는 부정적 인식도 퍼지고 있다. 이런 배경하에서 안철수 바람이 몰아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따뜻한 봄바람이 불고 난 후 한바탕 매서운 꽃샘추위가 기다리고 있듯이 ‘안철수 춘풍’ 앞에 선 안철수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호남과 보수의 지지를 동시에 받는 안 후보의 정체성에 대한 공격은 더욱 거세질 것이다.
촛불시민의 힘으로 만들어낸 대선정국에서 적폐세력의 지지를 받는 "적폐후보”인 안 후보로는 “진짜 정권교체”를 할 수 없다는 문후보 측의 프레임 공격에 갇힐 우려가 있다. 안 후보가 보수 표심을 잡기 위해 '우클릭'을 시도할수록 선명성은 약해지고 호남 지지율이 이탈할 가능성은 항존한다.
게다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는 “국민의당은 호남 2중대이고 안철수에 대한 보수의 지지는 착시현상일 뿐”이라고 맹공 중이다. 이런 가운데 자칫 해망구실(蟹網俱失), 즉 게도 그물도 다 잃을 위험이 있다. 앞으로 상황에 따라 지지후보를 바꿀 수도 있다는 유권자가 40%대에 달한다. 안철수에게 실망한 보수층이 아예 기권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사드 배치와 관련해서도 안 후보는 당내 협의도 없이 사드 찬성으로 혼자 입장을 선회했다. 정치적 이해를 좇아 국가 중대사에 수시로 말을 바꾼다는 이미지가 덧씌워진다. 정치지도자에게 신뢰성과 일관성은 매우 중요한 덕목이다.
무엇보다 ‘자강론’을 강조하고 있는 안철수 후보는 “40석 소수정당인 국민의당이 집권 후 혼자의 힘으로 무얼 할 수 있겠는가?”라는 질문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여소야대의 정국에서 비상대선 후 바로 정권을 인수할 정부가 제대로 일을 하기 위해서는 연정이나 통합정부가 현실적인 해답이다. 그러나 안 후보는 애써 눈 감고 귀 막고 비현실적인 정치적 레토릭인 ‘자강론’만 외치고 있다.
게다가 지난달 국민의당 광주·전남 권역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선거인단 불법동원 의혹, 신천지, 조폭 연계설 등 여기저기서 잡음이 들려오는 것도 자칫 큰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대선을 한 달 앞두고 양대 진영 간 네거티브 싸움이 격해지고 있다. 가라앉고 있는 배 안에서 집안 싸움에만 몰두하는 형국이다. “하나부터 열까지가 거짓말투성인데도 화술이나 구변이 좋아 마치 진실인 것처럼 들리게 하는 사람”이 있다. 공자가 나라가 위태롭거나 사회가 어지러워진다고 경계했던 오악(五惡) 중 하나이다.
검증인지 근거 없는 네거티브인지 판단은 오롯이 국민의 몫이다. 그러나 너덜너덜해진 상처뿐인 후보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이 또한 큰 불행이다. 자신이 무엇을 잘못했는지조차 모르고 억울하다는 말만 하고 있는 무능한 대통령이 물러난 자리에 그저 대통령 하나 바꾸자고 그 추운 겨울 촛불을 들고 추위에 떨며 마음을 모았던 것은 아니다.
가계부채의 뇌관은 언제 터질지 모른다. 지난해 우리나라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2만7561달러로 2006년 이후 11년째 3만 달러를 넘지 못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해 ‘잃어버린 10년’의 위기를 잘 극복해야 할 절체절명의 과제가 눈앞에 놓여 있다. 중국의 사드 보복은 도를 넘고 있다. 중국 롯데마트 90%가 문을 닫았고 관광업의 타격은 심각하다.
최근 시리아 공습을 감행한 미국은 한국으로의 전술핵 재배치와 김정은 살해를 포함한 대북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나가미네 야스마사 주한 일본 대사는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총리를 직접 만나 한·일 위안부 합의 이행에 대해 강하게 요구하겠다며 격에 맞지 않는 오만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통령이 부재한 비상시국에서 한국의 국격은 추락하고 있다.
안 후보는 틈만 나면 “대한민국의 미래를 논하는 끝장토론에 즉각 응하라”고 재촉한다. 묻지 않을 수 없다. 안 후보는 그만큼 자신이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