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세미 기자 = 3일(현지시간) 러시아 제 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지하철 객차에서 폭발물이 터지면서 11명이 숨지고 45명이 다쳤다. 러시아 당국은 이번 공격을 테러로 규정했다. 러시아 반테러 당국은 보스타니야 스퀘어 지하철 역에서도 또 다른 폭발물을 발견해 제거했다고 밝혔다.
타스 통신 등 현지 매체에 따르면 폭발물 하나는 센나야 플로샤디 역과 테흐놀로기체스키 인스시투트 역 사이를 운행하는 객차 안에서 터졌다.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지하철 운행은 잠정 중단됐다가 일부 구간에서 운행을 재개했다. 사망자는 당초 10명에서 11명으로 늘었고 부상사도 45명에 이른다고 당국은 발표했다. 중상자가 많아 사망자 수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또한 이번 공격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과의 회담을 위해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방문한 가운데 일어난 것이다. 테러범이 기자들이 많이 모인 때를 이용하여 테러 장소와 시간을 정했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푸틴 대통령은 3일 저녁 테흐놀로기체스키 인스티투트 역 입구에 마련된 추모소를 찾아 붉은색 꽃다발을 내려놓으며 희생자를 애도했다. 크렘린 궁은 현재 푸틴 대통령이 이번 사건과 관련해 보안 당국과 수사기관으로부터 수사 진행상황을 실시간으로 보고받고 있다고 밝혔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총리는 모든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며, 희생자 유가족에게 깊은 애도의 뜻을 전했다.
국제사회의 위로도 이어졌다. 미국 백악관은 정례 브리핑에서 이번 테러를 "비난받아 마땅한 공격"이라고 규탄하고 희생자에 깊은 애도를 표하며 러시아의 수사를 지원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외무장관,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 옌스 스톨텐베르크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사무총장 등 유럽 국가들도 충격에 빠졌을 러시아 국민에 위로를 표했다.
◆ 민간인 겨냥 테러 빈발..테러 공포 확산
올해에도 유럽에서는 민간인을 대상으로 하는 테러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18일에는 프랑스 파리의 2대 공항인 오를리 공항에서 여성 무장 경비군의 총기를 탈취하려던 테러범이 사살되는 사건이 벌어졌고, 나흘 뒤인 22일에는 영국 런던 국회의사당 앞에서 차량 돌진·흉기 테러가 일어나 40여명이 부상을 입었다. 하루 뒤 23일에는 벨기에에서 런던 테러와 유사 범행을 저지르려던 운전자가 경찰에 체포되기도 했다.
이번 러시아 지하철 테러의 배후나 범인이 정확히 밝혀지지는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이번 테러가 작년 3월 브뤼셀의 지하철 폭탄 테러와 닮은 꼴이라는 데 주목한다. 대중교통 수단을 겨냥한 민간인 테러는 테러범이 쉽게 접근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한꺼번에 많은 피해를 입히고 큰 주목을 끌 수 있어 테러범으로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그만큼 일반 시민들의 공포는 커질 수밖에 없다.
유럽 각국들은 테러를 막고자 외로운 늑대로 돌변할 수 있는 우범자들에 대한 정보 확보 및 사전 차단에 주력하고 있다. 그러나 완벽한 차단이 사실상 불가능하고 이를 방증하듯 테러 시도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어 테러 공포심은 수그러들지 않는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 IS는 유럽을 비롯한 각국 지지자들에게 중동으로 넘어오기보다는 현지에서 테러를 벌이도록 부추기고 있다. 또한 중동으로 넘어갔던 유럽 출신 IS 조직원들이 난민을 위장해 유럽으로 숨어 든 뒤 공격을 저지를 가능성도 있어 유럽에서의 테러 위협은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