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미국 애플의 한국법인인 애플코리아가 연간 1억 달러에 육박하는 주요 수출기업으로 탈바꿈해 눈길을 끌고 있다.
3일 수출업계와 정보통신기술(ICT) 업계에 따르면, 애플코리아는 지난 2014년 약 3200만 달러, 2015년에는 약 6500만 달러의 수출을 기록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금액은 세관 통관 기준 금액으로, 국내에 있던 제품이 세관을 통해 해외로 판매한 관세법상의 정식 수출액이다. 수출 증가 배경에는 중고 아이폰, 즉 리퍼폰 수출 확대에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연간 수출 1억달러는 한국무역협회가 매년 개최하는 무역의 날 시상식에서 수여하는 수출의 탑 순위에서 30위권에 해당하는 규모다. 이는 애플코리아가 한국의 주요 수출업체로 자리매김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폰 판매 후 매출 1800억원에서 2조원대로 성장
애플코리아의 실적 관련 구체적인 수치는 드러나지 않고 있다. 미국 본사가 100% 투자해 지난 1998년 주식회사 형태로 설립한 애플코리아는 매년 1회 금융감독원에 감사보고서를 제출해 연간 실적을 공개했다. 그러다 2009년 11월 아이폰 국내 출시 3개월 전에 주주총회를 개최해 유한회사로 전환한 뒤로는 감사보고서를 제출하지 않고 있다. 애플코리아는 물론 애플 본사도 한국내 사업실적과 관련한 구체적인 수치를 제공하지 않고 있다. 수출액과 관련해서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다만, 아이폰 애프터서비스(A/S) 정책 문제가 국정감사 의제로 다뤄졌던 2015년 당시 국회의원들은 애플코리아의 연간 매출액은 2조원에 달한다고 주장해 회사의 규모가 어느 정도 커졌는지를 간접적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2009년까지 애플코리아의 연매출액이 1800여억 원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해 볼 때, 아이폰 판매로 6년여 만에 10배가 넘는 규모로 급성장했다.
◆리퍼폰 글로벌 판매로 저가폰 부재 대응
애플코리아는 한국내 하드웨어 판매, 수리와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부품의 판매를 담당하고 있으며, 별도의 제조 부문 사업장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이러한 회사가 수출액이 급증한 배경에는 애플의 A/S 정책, 즉 리퍼제품 정책 때문으로 풀이된다.
애플은 이동통신사에 의뢰하지 않고 직접 A/S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아이폰 수리를 의뢰한 고객에게 사용하던 폰을 수리해 되돌려 주는 것이 아니라 초기 불량제품을 수리한 ‘리퍼폰’으로 교체해 주는 제도를 고수하고 있다.
회수한 아이폰은 고장 부분 등을 중고부품 등으로 교체해 새 것과 동일하거나 비슷한 수준의 리퍼폰으로 재활용해 고객들에게 낮은 가격에 판매한다. 지난해 11월부터 애플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서 리퍼폰 판매를 시작했으며, 한국어 웹사이트에서도 아이맥, 아이팟 등과 함께 아이폰 리퍼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
고성능·고가의 프리미엄 전략을 고수해온 애플은 매출 확대를 위해 최근 개발도상국 등 신흥시장 공략을 위해 저가폰을 내놓는 등 대응해 나가고 있다. 하지만 출시된 제품의 가격은 여전히 신흥시장에서는 쉽게 통하지 않는 고가다.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선진국 시장에서도 저가 수요층을 흡수하기 위해 리퍼폰 판매 정책을 활용하고 있다.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 시장에서 고객들로부터 수거한 중고 아이폰을 리퍼폰으로 고쳐 판매함으로써 신제품 생산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해 매출을 올리고, 제품 폐기에 따른 환경 오염 문제에도 대응할 수 있다. 애플코리아는 이러한 본사 방침에 따라 해외시장 판매용으로 수출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애플코리아의 수출 규모는 일정 기간 동안 성장세를 유지할 전망이다. 아이폰의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30%에 달하며, 매년 수 십 만대의 제품이 판매되고 있고, 약정기간이 지난 후 다시 아이폰을 구매하는 충성 고객층이 두텁다. 여기에 지난해 아이폰7을 출시하면서 월정액을 내면 1년후 새 제품으로 교환해주는 프로그램도 실시하고 있어 리퍼폰 확보에는 큰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스마트폰 업계 관계자는 “한국에서도 리퍼폰을 포함한 중고폰을 구매 수요는 늘고 있으나 이동통신사들의 무관심, 구매의 불편함 등으로 인해 시장 성장이 더디다”면서 “남는 아이폰 리퍼폰의 수출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