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청와대는 재난 컨트롤타워가 아니다.”
지난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책임을 추궁하자 당시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이 내놓은 황당하고 궁색한 변명이다.
300명이 넘는 국민이 캄캄한 바닷속으로 수장되는 순간에도 청와대는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못했다. 오히려 해경으로부터 VIP(대통령)용 보고 내용을 받아내느라 아까운 시간을 허비했을 뿐이다. 청와대는 재난컨트롤타워 기능도, 역할도 하지 않았다.
대통령 비서실은 1960년 제2공화국 때 주로 의전을 맡기기 위해 설치했지만, 1989년 이후에는 의전 분야를 넘어 국정 전반을 담당했다.
2008년 2월 29일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기존의 청와대 경호실을 흡수해 대통령실로 개편됐고, 2013년 박근혜 대통령 취임 후 대통령비서실로 개편돼 1비서실장·10수석·37비서관 체제로 정원은 443명이다. 한때 대통령을 특별보좌하는 특보단이 신설됐다가 유명무실해지면서 사라졌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비서실 조직은 '2실장(1실장 1정책실장)·5수석·6보좌관·35비서관' 체제였으며, 비서실장과 정책실장을 양대 축으로 비서실을 운영했다.
문제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내각과의 조율 역할을 해야 할 청와대 수석실이 내각 위에 군림하며 사실상 진두지휘해 왔다는 것이다. 경제수석을 예로 들면 경제수석 한 사람이 맡는 부처는 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공정위·금융위 등 장관급만 7개, 국세청 같은 산하청까지 합하면 17개에 달한다.
차관급에 불과한 청와대 수석이 각 부처 장관을 지휘하는 기형적 구조가 된 것이다. 청와대 수석의 지시는 곧 대통령의 의중이나 다름없다고 여기는 장관들은 수석들에게 바짝 엎드릴 수밖에 없다. 옥상옥이나 다름없는 수석이 대통령과 내각 간 불통을 심화시켜 왔다는 지적도 많다.
각 수석실이 부처 실·국장과 산하 공기업 인사까지 관여하며 부처를 통제하고 인사권을 휘둘러온 것도 적폐 중의 적폐다.
특히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면서 비서실 운영 전반을 총괄하고 있는 대통령 비서실장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가질 수밖에 없지만, 비서실장 임명과 비서실 운영과 관련해 어떠한 견제장치도 없는 실정이다.
내각과 청와대 역할 분담을 위해선 청와대를 슬림화한 뒤 일상적 국정 운영은 총리실에 맡기고, 청와대는 대통령 보좌 역할로만 축소시키든지 대통령 고유의 어젠다에 집중하도록 하자는 제안도 나온다.
국민통합·청년문제·통일·문화융성 등 국가적 과제에 대한 해법을 제시하고, 장기적인 국가 발전 전략을 모색하는 대통령 직속 위원회 등을 싱크탱크로 만들어 정부 부처와 협업할 수 있도록 청와대 조직이 뒷받침하는 것도 한 방안이다.
미국과 프랑스의 경우, 의전이나 행사·홍보·소통·국방·외교·안전 같은 분야는 대통령 비서실 직속이지만, 이 밖의 다른 정책·경제·교육 분야 등은 특별보좌관이나 자문위원회 등을 두고 있다.
차기 정부가 청와대 조직 개편을 추진할 경우 각종 대통령 직속위원회, 부처 산하 각종 위원회 등 역할과 기능이 중첩되는 위원회를 통폐합하도록 해야 한다는 지적도 많다.
일례로 박근혜 정부의 대통령 직속 통일준비위원회는 통일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민주평통과 역할·기능이 중첩돼 통일정책의 비효율성이 우려된다는 지적을 수없이 받아 왔다.
한 전문가는 “정부 교체기마다 조직개편이 논의됐지만, 정권이 출범하고 나면 성과내기에 급급한 나머지 결국 방만한 조직으로 회귀하곤 했다”면서 “낡은 기능을 대폭 축소하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청와대와 정부간 역할 조정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