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장칼럼]G2 압박에 깊어지는 서민들의 시름

2017-03-0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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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김부원 기자 = "지난해 11월 중순부터인가, 예년에 비해서 평균적으로 하루에 100만원씩 적자를 보는 것 같습니다. 농담이 아니라 이러다 정말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에요."

니트 생산 공장을 운영하고 있는 최정우(42 가명)씨가 며칠 전 털어놓은 하소연이다.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의 보복 조치 타격을 고스란히 체감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내 뿐 아니라 중국이 주요 판매처였기 때문에 상황이 악화될대로 악화됐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지난달에는 한 달 간 총 2000만원 적자를 봤고 이번 달부터 결국 마이너스 통장까지 활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상황에서 공장을 살리려면 직원 수를 줄이는 수밖에 없는데, 직원들 입장을 생각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정말 막막할 따름이다"고 덧붙였다.

중국 뿐만 아니라 미국도 한국 경제를 압박하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과 동시에 미국 정부는 보호무역주의 기조를 강화하면서 한국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미국과 중국, 이른바 G2가 펼칠 환율전쟁 역시 우리 경제를 갈수록 어렵게 만들 것이다. 한국에 대한 미국과 중국의 압박은 재테크 시장까지 집어삼키면서 서민들의 숨통을 더욱 조이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만 봐도 이런 현실이 잘 드러난다. 지난 3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무려 23.90포인트(1.14%) 급락한 2078.75에 장을 마쳤다. 중국의 사드 보복에 대한 우려와 미국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증시를 짓누른 것이다.

중국인 덕분에 수익을 낼 수 있었던 기업들도 앞으로 매출 감소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물론 이들 기업의 주가도 하염없이 떨어졌다. 대표적인 화장품 종목인 아모레퍼시픽은 3일 12.67% 하락했고 토니모리도 5.94% 떨어졌다.

호텔신라(-13.10%)와 신세계(-4.92%) 등 면세점주도 급락했다. 중국이 한국 관광상품 판매 중단 조치를 내렸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하나투어(-5.29%), 롯데관광개발(-2.67%)도 타격을 입었다.

에스엠(-5.29%), 와이지엔터테인먼트(-3.42%), 쇼박스(-1.94%) 등 엔터 관련 종목도 하락했다. 중국에서 일었던 한류 문화의 열기도 차갑게 식을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의 경제 공세가 우리 경제를 크게 위협 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정부도 이 사실을 모르는 게 아니다.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는 "사드 배치에 대한 중국 측의 보복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관련 사안을 계속 모니터링하면서 대책을 적시에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정작 정부가 내놓은 가시적인 대책은 없다. 중국과 소통을 강화하겠다고 큰 소리쳤지만, 되레 사드 배치를 계획대로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을 뿐이다.

윤창현 시립대 교수는 "청와대가 식물상태에 빠지면서 충격의 정도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정부 대응이 시원찮은 상황이다"고 지적했다.

정유년을 맞은지 두 달이 지났다. 추운 겨울도 서서히 끝나가면서 성큼 봄이 다가왔다. 한참 희망을 노래할 수 있는 시기이다. 그러나 현실은 쉽지 않아 보인다.

기업은 물론이고 자영업자 그리고 재테크에 희망을 걸고 사는 월급쟁이 어느 누구도 돈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면 언제는 좋았냐?"고 반문 할 수도 있겠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도 상황이 좋지 않은데다 갈수록 악화되고 있으니 문제인 것이다. 정부는 미국과 중국의 조치에 발만 동동 구르며 불평만 하고 있어선 안 된다. 

국민들의 숨통을 트여 줄 수 있는 현실적이고 가시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 가뜩이나 탄핵 정국 속에서 정치·사회적으로도 매우 혼란스런 시기이다.

새로운 희망을 주진 못해도, 그나마 갖고 있던 실낱 같은 희망마저 빼앗아선 안 된다. 사드 배치가 정말 우리 안보에 도움이 되는지도 냉정히 판단해야 한다. 어쩌면 미국과 중국이 아닌, 우리 정부의 안일한 대응이 문제를 키운 것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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