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 중국이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에 보복의 칼을 빼들면서 기업들은 긴장 상태에 들어갔다. 중국의 보복 조치가 현실화되면 수출기업인 삼성·현대차 등을 비롯해 직접적 타격을 주는 관광·유통업체 피해 규모는 수백조원을 넘길 전망이다.
또한 중국 정부는 롯데의 유통 계열사 매장에 대한 점검을 실시했다. 롯데 유통 계열사의 경우 현재 롯데는 중국에서 백화점 5개, 마트 99개, 슈퍼 16개 등 총 120개 점포를 운영하고 있다. 임직원만 2만6000여명에 달한다. 롯데에 대한 불매운동이나 규제가 더해지면 롯데는 중국 사업 철수도 고려해야 한다. 그렇게 되면 피해규모는 10조원을 넘는다. 롯데는 1994년 중국 진출 이후 10조원이 넘는 금액을 중국에 투자했다.
롯데 뿐만 아니라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도 보복 우려가 드리워져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매출이 전체의 15%인 약 31조원에 달한다. 현대기아자동차도 전체 판매량을 20%인 36조원 넘는 매출액이 중국에서 발생하고 있다. 현대차의 경우 올해 중국 창저우에 신공장 8월 완공을 앞두고 있어 불안감이 더해졌다.
정용택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사드 배치를 되돌리기 어려운 수준으로 기정사실화되고 있고 중국의 보복은 더 구체적인 모습을 띨 가능성이 있다"며 "지난 2012년 일본이 중국과의 영토문제가 불거졌을 때 겪었던 중국 내 수모를 우리가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중국인의 한국 여행 금지로 인한 국내 관광 면세업계도 피해액도 눈덩이로 불어날 전망이다. 중국 국가여유국은 지난 2일 베이징 일대 여행사를 상대로 한국행 여행상품에 대한 온·오프라인 판매를 전면 중단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중국인 관광객 수는 약 806만명으로 전체 외국인의 47%를 차지한다. 지난 2015년 중국인 관광객 1인당 지출액 2390달러(약 274만원)였던 것을 감안하면 중국인 관광객이 절반만 줄어도 국내 지출이 96억3573달러(11조81억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에서 활약하는 화장품 등 뷰티업체들이 맞닥뜨릴 피해액도 상당하다. 지난해 중국 화장품 수출액은 15억7027만달러(약 1조8000억원)에 달한다. 중국 정부의 제재가 강화되면서 일부 화장품과 식품들은 수입 불허 판정을 받은 바 있다. 대표기업인 아모레퍼시픽 라네즈 제품 3종도 수입 불허 품목에 포함됐다.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오리온과 농심도 불똥이 튈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오리온은 중국매출이 전체의 56%를 차지한다. 농심도 지난해 중국에서만 23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김영옥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면세점은 직격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이다"며 "화장품의 경우 아모레퍼시픽 기준 중국 단체 관광객 유입 중단에 따른 매출액 영향은 올해 기준 9% 가량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