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병학의 ‘공부에 관한 공부’] 훌륭한 공부의 조건, 연결과 구조화

2017-02-23 0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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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병학 더굿북 대표]


지식은 엄청난 속도로 증가한다. 이는 미디어, 논문, 책 등으로 정리돼 우리 곁에 다가선다. 하지만 이것은 실체적인 지식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개는 정리된 일부분에 불과하다는 뜻이다. 이것을 연결한다고 해서 배움의 크기가 자라지는 않는다. 한번 생각해 보자.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지식을 다 접할 수도 없는데 극히 일부를 조각으로 접하면 어떻게 심층적으로 공부할 수 있을까?

이 때문에 ‘갈매기의 꿈’을 쓴 리처드 바크(Richard Bach)의 아들 제임스 바크(James Bach)가 공부했던 방식에 주목해야 한다. 중졸 학력이 전부인 그는 놀랍게도 애플의 최연소 팀장을 지냈다. 또한 그는 직접 창안한 컴퓨터 소프트웨어에 대한 탐색적 테스팅으로 콜로라도대학, 플로리다공과대학, 로런스 리버모어 국립연구소(Lawrence Livermore National Laboratory)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
제임스 바크는 자신에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설정하고, 그 목표를 중심으로 자원을 입체적으로 모으라고 조언한다. 그래서 그는 서점과 웹사이트, 도서관을 끊임없이 탐색한다. 그리고 발견한 자원 중에서 필요한 주제에 집중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모든 자료가 아니라 필요한 자료다. 이것을 중심으로 심층적인 자료를 다시 찾는다. 이런 과정이 반복되면 해당 분야에 관한 입체적 통찰이 가능해지기 시작하고 점점 더 심층적인 자료에 접근해 이해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이런 과정이 며칠이나 몇 개월간 지속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계속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또한 이런 과정이나 결과물이 정말로 그런 것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또 다른 두뇌를 곁에 두라고 충고한다. 자신의 시각 외에 다른 시각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전 칼럼에서 설명한 ‘토론할 친구’를 두라는 말과 같다. 그리고 확인된 것들은 자신만의 그림이나 도표로 정리하라고 한다. 이는 눈으로 다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며, 생각을 정리할 수 있도록 한다.

화가를 생각해 보자. 화가는 자신의 정신세계를 한 장의 그림으로 표현하는 사람이다. 평면으로 정리하는 일이 익숙해지면 입체적으로 구조화할 수도 있다. 나무를 도화지에 그리는 것이 공부한 것을 평면에 정리하는 일이라면 입체로 구조화하는 이 방법은 평면에 줄기와 가지만 연결해 그리는 것이 아니라, 가지를 돌면서 공간으로 잎을 확장해 연결한다고 생각하면 된다. 훨씬 더 섬세하고 세부적인 구조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조각이나 건축설계를 하는 사람이 외형만 입체적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대상의 보이지 않는 공간에 들어갈 철근, 전기배선, 공조장치 하나도 빠트리지 않고 설계하는 능력이 입체적 구조화 능력이다.

입체적으로 구조화하는 능력을 키우려면 공부에 상상력이 더해져야 한다. 그래서 선형적 공부에는 큰 상상력이 필요 없고, 평면적 공부에는 훈련이 필요하고, 입체적 공부에는 상상력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실제로 일차원의 선형적 사고조차 힘들어 뒤죽박죽으로 생각나는 대로 생각하고 공부하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영국의 조각가 헨리 무어(Henry Moore)는 조각을 구상하는 입체적 사고에 관해 이렇게 말했다. “조각이 평면 예술보다 어려운 것은 삼차원적인 형태에 감응하는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색맹인 사람보다 형태 맹인 사람이 더 많다.”

공부의 차원이 높아질수록 어려워지는 것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제대로 사고하고 있는지를 스스로 확인하는 능력이다. 차원이 높아져 난도가 올라가면 작은 실수 하나가 전체를 망가트릴 확률이 높아진다. 그 경우의 수도 엄청나게 많아진다. 건축물을 다 지었는데 내부에 인터넷 회선 설계를 빠트렸거나, 건물에 입주한 후의 최종 하중을 잘못 계산했다면 어떨까? 그래서 제대로 공부하고 있는지 의식을 확인하는 일이 공부와 동시에 일어나야 한다. 의식을 확인하는 능력은 구조화하는 능력만큼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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