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류태웅 기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차기 회장 선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7일 전경련은 이사회를 비공개 개최하고, 오는 24일로 예정된 정기총회에서 차기 회장을 선임하는 안건만 논의했다.
전경련 입장에서는 불과 일주여일만에 허창수 회장과 이승철 상근부회장의 공백을 메울 묘수를 찾아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런 이유로 전경련 내부에서는 허 회장의 임기를 한시적으로 연장해야 한다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허 회장은 이달 말 퇴진 의사를 거듭 밝힌 터라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비상 플랜은 있다. 부회장단에서 회장 직무를 대행할 임시회장을 물색할 수 있다. 전경련 정관에는 '회장 유고 시 최연장자가 직무를 대행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최연장자인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이 대상자다.
허 회장의 임기 연장이 불발되는 경우 정 회장과 이 회장을 대상으로 회장 직무대행을 맡을 의사가 있는 지 묻는 절차가 진행된다는 얘기다.
실제 과거에도 이런 사례가 있다. 2003년 10월 손길승 전경련 회장이 SK 분식회계 사태로 중도에 하차하자 회장단 내 최고 연장자였던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이 회장대행을 맡았고, 이듬해 2월 정기총회에서 정식 선임돼 잔여 임기를 수행했다.
허창수 회장도 2011년 2월 이런 이유로 전경련 회장에 추대된 바 있다.
하지만 '최순실 게이트'로 전경련이 정경유착의 원흉으로 지목되는 상황에서 차기 회장에 나설 인물이 있을 지는 미지수다.
재계 관계자는 "연장자 순으로 한 사람씩 회장직을 고사할 때마다 조직이 더욱 치명타를 입을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전경련 사무국은 이승철 부회장과 박찬호 전무가 이달 말 퇴진하면 남은 간부 중 유일하게 전무급인 임상혁 전무가 조직을 이끌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