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LG전자가 구글과 우호적인 협력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구글의 새 모바일 운영체제(OS)와 인공지능(AI) 서비스를 LG전자 스마트폰과 웨어러블 기기에 선도적으로 채택하고 있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전자가 이달 말 스페인에서 공개하는 프리미엄 스마트폰 G6에는 '구글 어시스턴트'가 탑재된다. AI 기술을 기반으로 한 대화형 가상비서 서비스다.
구글과 LG전자의 긴밀한 협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LG전자가 작년 9월 출시한 프리미엄폰 V20는 구글의 최신 모바일 OS인 '안드로이드 7.0 누가'를 세계 최초로 탑재했다. 덕분에 V20에서는 애플리케이션 콘텐츠를 통합 검색하는 '인앱스'(In Apps) 기능을 쓸 수 있었다.
삼성전자가 프리미엄폰 갤럭시S7 시리즈를 출시한지 1년이 다돼서야 누가로 업데이트했던 것과는 다른 모양새다.
LG전자의 새 스마트워치 'LG워치 스포츠'와 'LG워치 스타일'에도 구글의 최신 웨어러블 전용 OS가 탑재됐다.
10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첫 선을 보인 LG 스마트워치는 '안드로이드 웨어 2.0'이 적용돼 스마트폰을 통해 앱을 설치해야 했던 기존 운영체제와 달리 사용자가 스마트워치에 직접 앱을 내려받을 수 있다. 또 인공지능 서비스 '구글 어시스턴트'를 제공한다.
LG전자는 미국을 시작으로 영국·아랍에미리트·대만·러시아·캐나다 등 글로벌 시장에 LG 워치 2종을 순차 출시할 계획이다. 한국에는 3월 중 선보일 예정이다.
LG전자의 모바일커뮤니케이션 사업을 담당하는 조준호 사장은 "신제품 2종은 LG전자와 구글이 협력해 안드로이드 웨어 2.0 시대를 여는 차세대 웨어러블 기기"라고 평가했다.
LG전자는 구글과의 협력관계로 모바일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다. 특히 삼성 갤럭시S8이 '빅스비'(Bixby)를 예고하고 애플 아이폰7이 '시리'(Siri) 기능을 강화하는 등 스마트폰 음성 비서 경쟁이 치열한 만큼 LG전자로선 든든한 아군을 얻은 것이다.
특히 세계 최대 프리미엄폰 시장인 북미에서 시장 점유율 3위인 LG전자는 북미에서 G6를 마케팅할 때도 우호적인 반응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구글 입장에서도 자사 최신 OS와 서비스를 시험하고 최적화하기에 LG전자 제품이 적당하다. 삼성과 달리 LG전자는 자체 음성인식 기술이 없는 만큼 불필요한 대립각을 세울 필요도 없다. 두 회사의 협업관계는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업계에서 나오는 이유다.
다만 구글 어시스턴트가 아직까지 한국어 버전을 내놓지 않은 것은 변수다. 실제 구글은 자사 픽셀폰도 한국 시장에 정식 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G6나 스마트워치의 음성인식 기능을 우리말이 아닌 영어로 써야 할 경우 이에 반감을 느끼는 한국 소비자가 있을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LG전자로서는 구글의 한국어 인식 업데이트 시기에 맞춰 국내에 음성인식 서비스를 도입해야 하는 입장이다"며 "협업관계가 종속관계로 비춰질 수 있는 부분은 아쉽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