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이제 평창 동계올림픽 개막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올림픽 무대에서 전 세계 이목이 집중되는 화려한 스포츠 경쟁과는 달리, 무대 뒤에서는 정보통신기술(ICT) 올림픽에서 위상을 얻기 위한 한 치의 양보도 없는 IT업체 간 경쟁이 펼쳐진다.
특히 국제표준이 없는 5G 이동통신 분야에서 표준 선도를 위한 경쟁에 불이 붙으면서 국경을 초월한 업체 간 '신경전'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KT 측은 '5G 규격을 넘어 시범 서비스에서도 국제표준 선도'라는 자료를 내면서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NTT도코모와의 경쟁에서 이긴 것이 아니라 KT가 에디터로서 양사의 제안 내용을 취합해 표준문서를 정리했다는 것이 내용의 핵심이다. KT는 양사의 제안 내용을 취합해 초안 문서를 정리해 제줄했다는 데 큰 의미를 뒀다.
하지만, 일본 측은 KT의 과도한 의미 부여와는 다른 해석을 내놨다. 일본 이동통신업계 관계자는 "5G의 근간이 될 통신규격과는 관계가 없는 서비스 측면에 대한 이야기일 뿐"이라며 과도한 의미 부여를 경계했다. 5G 기술의 국제표준을 추진하기 위한 본질이 아닌데 KT가 대대적으로 홍보해 오히려 놀라는 모습이었다.
KT는 이번 회의에서 관람객이 선수들의 시점에서 경기를 볼 수 있는 싱크뷰(Sync View), 선수들의 경기 영상을 360도 가상현실로 체험할 수 있게 하는 360도 라이브 VR, 중계화면에 선수들의 생체정보를 표시하고 다양한 각도에서 영상을 즐길 수 있는 옴니뷰(Omni-View) 등을 5G 시범서비스로 제안했다.
NTT도코모도 키라리(Kirari)라는 몰입형 라이브 기술을 제안했다. 키라리는 세계 곳곳에 있는 관중들이 마치 실제 행사장에 온 것 처럼 생생한 감각을 제공하고, 자신이 원하는 시점에서 경기를 볼 수 있다. 360도 VR, 3D인터렉티브 등 KT가 제안한 서비스와 대동소이해 기술의 우열을 가릴 수도 없다.
KT 관계자는 "일본도 5G 서비스를 제안 하겠다고 나서면서 서로 문서를 올리며 경쟁이 붙었다"며 "그 과정에서 ITU가 평창 올림픽이 도쿄 올림픽 보다 먼저 열리니 KT가 문서를 만드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해 받아 들인 것"이라고 설명했다. KT의 설명대로라면 KT의 5G 시범 서비스가 국제표준 초안으로 채택됐다고 말하기 어려운 것이 아닌가.
미래창조과학부 관계자는 "5G와 관련해서 기술적인 내용은 많이 나오고 있지만, 서비스에 대해선 합의된 그림이 없다"며 "KT는 평창에서 5G 시범 서비스를 빨리 보여주기 위해 내세울 만한 것을 뽑아 5G의 서비스를 보여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서비스는 기술적으로 따라야되는 것도 아니고 통신사업자가 보여주는 것이기 때문에 KT가 제안한 것으로, 그것을 두고 의미가 있다 없다를 말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 관계자는 "평창 올림픽에서 5G 시범 서비스를 보여주는 주체,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는 KT이기 때문에 5G를 선도하기 위한 접근을 하는 것"이라며 "일본이 이를 평가절하하는 것도 각 나라의 이해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ITU는 올해 말부터 5G 기술제안에 들어가 2019년 기술평가를 거쳐 2020년 상용화할 계획이다. 이에 따른 국제표준화단체 3GPP의 5G 기술표준화 논의도 올해 본격화된다. 평창을 등에 업은 KT는 그 어느 통신사업자 보다 5G에서 빠른 행보를 보여왔지만, 5G 상용화 시기인 2020년에 도쿄올림픽 개최가 겹치면서 한국의 5G 기술 선도를 위한 그동안의 노력이 몽땅 일본의 공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도 치밀하고 내실있게 갈고 닦인 5G 기술 앞에선 기우에 불과할 것이다. ITU의 문서를 누가 정리하고 제출했다는 게 진정한 기술 선도에 얼마나 큰 도움이 될까. KT의 5G 서비스가 평창용에 그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ITU 문서에 일희일비 하지 않는 자신감과 긴 호흡으로 추진하는 5G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