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신경 안쓴다고 할 수도 없고, 그렇다고 크게 긴장해서 라고 할 수도 없고... "
안성준 LG유플러스 IoT사업부문장은 지난 3일 열린 'KT·LGU+, NB-IoT 소물인터넷 사업협력' 간담회에서 양사간의 이번 공조가 경쟁사 SK텔레콤의 사물인터넷(IoT) 전용망 로라(LoRa) 기반의 서비스 확장에 따른 긴장감 때문이냐는 질문에 말끝을 흐리며 이같이 답했다.
무엇보다 KT와 LG유플러스가 NB-IoT의 상용화를 위해 내놓은 사업협력 방안이 전혀 구체적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양사가 협력해 NB-IoT를 확산시키겠다고 선언했으니, 투자협력에 대한 구체적인 부연은 필수다. 그러나 김준근 KT기가IoT사업단장은 구체적인 투자계획을 묻는 질문에 "당연히 그런 궁금증이 있을 것이고, 우리도 그 부분에 대해서 실제로 양사의 네트워크 전문가들이 만나서 머리를 맞대고 있지만, 고려할게 굉장히 많아서 현재도 미팅이 진행 중이라 구체적으로 말하는데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이미 1000억원을 투입해 전국에 LoRa망을 구축했을 뿐만 아니라, 10월말 현재 500여 기업에 모듈을 무료로 배포했다. 올해말까지 총 10만개를 배포한다는 목표로 다음 단계인 IoT 생태계 확장에 진입한 상태다.
반면, KT와 LG유플러스가 추진하는 NB-IoT는 내년에야 전국망이 완료된다. 이것이 계획대로 추진된다고 해도 SK텔레콤의 전국망 구축보다 1년이나 늦은 출발이다. KT와 LG유플러스가 공동으로 추진하는 사업이기 때문에 협의 과정에서 이견이 발생해 지체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실제로 김 단장도 "투자규모가 명확히 드러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했다.
SK텔레콤이 KT와 LG유플러스의 NB-IoT 전국망 구축까지 손놓고 기다려주지 않는 이상, SK텔레콤은 이들보다 한 단계, 두 단계 더 앞서갈 것이라고 보는 것이 타당한데도, 안성준 부문장은 "1년 늦는다... 그래서 지금 로라망이 많이 붙어 있습니까?"라며 오히려 여유를 부리는 모습을 보였다. 또한 NB-IoT로 공동사업을 펼칠 수 있는 영역을 소개하면서 가스나 수도, 전기의 원격검침, 스마트 미터링을 제시했지만, SK텔레콤은 이미 SKC공장에 LoRa망을 활용한 실제 시스템을 적용하고 있는 상태다.
IoT 전문가는 "아직 망도 없는 사업자들이 망이 깔려있는 사업자를 흠집낸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며 "LoRa를 너무 의식한 나머지 공동발표를 서둘러 준비하는 바람에 알맹이 없는 간담회가 된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이솝우화에 나오는 '토끼와 거북이'에선 토끼와 거북이가 경주를 펼치다 걸음이 빠른 토끼가 방심해 거북이에게 패하는 장면이 나온다. 지금 상황은 이와 반대로 한발 앞서가는 SK텔레콤을 추격하는 KT와 LG유플러스가 더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고 있는 꼴이니 승부는 불 보듯 뻔한 거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