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수경 기자 = 유력한 대권주자인 반기문 전 유엔(UN) 사무총장이 12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귀국 후 그가 발표한 첫 메시지의 핵심은 '국민대통합'과 이를 위한 '정치교체'였다. 이른바 '박연차 의혹'과 관련해서는 "그 모든 것이 진실과는 전혀 관계없다"고 해명했다.
반 전 총장은 이날 오후 5시 40분께 게이트에서 지지자들의 열렬한 환호 속에 모습을 드러냈다.
귀국인사를 통해 그는 유엔에서의 지난 10년을 회고하며 "전쟁의 참화를 통해서 우리 안보가 얼마나 중요한가 느꼈고, 지도자의 실패가 민생을 파탄으로 몰고가는 것도 손수 보고 느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를 둘러싼 국제 정세는 우리의 안보, 경제, 통상에 많은 영향 미칠 것"이라며 "북한 핵 문제를 비롯해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주변 국가들과의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해서 여기에 따르는 대책을 수립하는 게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반 전 총장은 "10년만에 고국에 돌아와 조국인 대한민국의 모습을 보고 제 마음이 대단히 무겁고 가슴이 아프다"면서 "그동안 우리가 이룩한 국제적 위상 뒤에는 그만큼 길게 드리워진 그림자가 누워있는 걸 알았다"고 꼬집었다.
경제부진, 사회 부조리 등을 언급하면서 반 전 총장은 "민생이 이런데 발전이 무슨 소용인가, 부의 양극화와 이념, 지역, 세대 간 갈등을 끝내야 한다"면서 "국민 대통합을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패권과 기득권, 더 이상 안 된다"면서 "우리 사회 지도자 모두가 책임이 있다,이들 모두 책임감, 남을 먼저 생각하는 배려, 희생정신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또한 "제가 유엔 사무총장으로서 겪은 여러 경험과 식견을 가지고 젊은이들의 보다 밝은 미래를 위해서 길잡이 노릇을 하겠다"면서 "내일부터 국민 여러분의 다양한 의견을 들을 기회를 갖고, 겸허한 마음으로 사심없는 결정을 할 것"이라고 대선 출마에 대한 의지도 내비쳤다. "그 결정은 오래 걸리지 않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그는 "우리 정치 지도자들도 우리 사회의 분열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지 해법을 같이 찾아야 한다"면서 "나라와 사회가 더 분열되는 건 민족적 재앙"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더 이상 시간을 낭비할 때가 아니다"라며 "정권 교체가 아니라 정치교체가 이뤄져야 될 때"라고 강조했다.
◆ "박연차 의혹, 제가 왜 등장했는지 알 수 없어…50년간 양심에 부끄러운 일 없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으로부터 23만 달러를 수수했다는 의혹에 대해 반 전 총장은 "도저히 이해할 수 없고 왜 제 이름이 거기 등장했는지 알 수 없다"면서 "제 말씀이 진실에서 조금도 틀림이 없다"고 강하게 부인했다.
해당 의혹과 언론보도를 향해 "그동안 저의 경험과 시련을 정치 참여를 통해서 조국의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저의 순수하고 참된 소박한 뜻을 왜곡, 폄훼하는 것"이라며, "지난 50여년 간 대한민국에서, 유엔에서 국가와 민족, 세계와 인류를 위해 공직자로서 일하는 가운데 양심에 부끄러운 일은 없다"고 덧붙였다.
유엔 결의안 중 선출직 참여 금지 조항이 있는 데 대해서는 "공식적 답변은 유엔 당국에서 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유엔 측으로 유권해석을 돌렸다.
공직선거법상 출마 조건에 부합하느냐는 문제제기에 대해서도 그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분명히 자격이 된다고 유권해석을 했는데도 제기가 자꾸 나온다는 것은 바람직스럽지 않고 공정한 여론이 아니다"라며 "이런 문제를 자꾸 제기하는 것은 그 사람의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고, 문제를 자꾸 일으키려는 행태로밖에 볼 수 없어 적절치 않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한 입장을 묻자 그는 "궁극적인 완벽한 합의는 위안부 할머니들의 한을 풀어줄 수 있는 수준이 돼야 한다"면서 "이런 문제는 너무 근시안적으로 볼 것이 아니라, 과거 직시를 바탕으로 미래지향적 방향에서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견해를 밝혔다.
한편 이날 공항은 지지자들과 취재진이 대거 몰리며 반 전 총장의 인기를 실감케 했다. '반기문을 사랑하는 모임(반사모)' 등 지지자들은 반 전 총장의 귀국 메시지 발표 중간중간마다 '옳소!', '총장님, 고생하셨습니다!" 등을 외치며 환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