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스마트폰, 가전, 디스플레이 등 대부분 사업 분야에서 그동안 ‘라이벌’ 관계에 있던 삼성과 LG가 손을 잡으면서 다른 기업들에도 적잖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는 삼성전자에 TV용 액정표시장치(LCD)를 납품키로 했다. 구체적인 시기와 규모 등은 올 상반기 내에 결정될 것이라고 양사 관계자는 전했다.
앞서 샤프를 인수한 훙하이그룹은 지난달 삼성전자에 LCD 공급을 중단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전체 조달량의 10% 이상에 달하는 샤프 물량을 받지 못하게 된 삼성전자는 LG디스플레이로부터 필요 물량을 확보키로 한 것.
LG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공장의 가동여건, 기존 공급처와의 일정 등을 고려해 삼성전자에 LCD를 공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며 “늦어도 올해 상반기 안에는 결정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LG디스플레이의 이번 결정이 쉽지 않았을 것으로 분석했다. LG디스플레이는 이미 올해 수요처가 확정돼 있어 삼성전자에 납품하기 위해선 물량을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협업을 계기로 그동안 국내외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온 두 회사가 전략적 동맹을 더욱 확대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삼성전자의 새로운 스마트폰 모델에 LG화학의 배터리를 탑재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중국 ATL 등에서 납품받은 배터리를 탑재한 ‘갤럭시노트7’이 발화사고를 겪으면서 LG화학과 전략적 제휴를 하는 방안을 추진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배터리 공급과 관련해 LG화학을 검토 중인 게 맞다”고 말했다. 이어 “다양한 부품사들을 검토하고 있으며 가장 최적의 파트너를 찾으려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삼성과 LG는 직접적인 형태는 아니지만 이미 여러 분야에서 협업을 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11월 미국 전장부품업체 ‘하만’을 인수하면서 LG전자와는 사실상 동업 관계가 됐다. LG전자가 스마트폰, TV 등에서 하만의 오디오 브랜드인 하만카돈 및 뱅앤올룹슨과 협업해왔기 때문이다.
또 LG디스플레이는 주력 제품인 OLED(유기발광다이오드)의 핵심 소재를 삼성SDI의 계열사인 독일의 ‘노발레드’에서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대표기업인 삼성과 LG가 협업을 통해 상호 시너지를 내는 것에 대해 반기는 분위기이다. 세계적으로 보호무역주의가 강화되고 있고 해외 기업과 협업으로 인한 기술 유출 우려도 커지면서 미국, 중국, 일본 등에서는 이미 자국 기업끼리 협력을 통해 동반성장을 꾀하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이장균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삼성과 LG간 협력은 기념비적인 사건으로 좋은 선례를 남겨 국내 다른 기업들도 협업을 늘려나갈 것”이라며 “이는 국내 경제가 한 번 더 도약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는 “평소에는 경쟁을 하더라도 대외적인 위기에 직면하면 협력도 하는 게 기업의 생리”라며 “다른 기업들도 경쟁사와도 협력할 수 있다는 유연한 태도로 작금의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