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눈에 띄는 것은 장르의 변화였다. 스릴러 장르가 강세였던 2016년 영화계인 만큼,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범죄·스릴러가 돋보였다. 늘 피해자에 머물렀던 여성들은 사건을 파헤치고 타인을 구하기 위해 직접 나서게 됐다.
지난 6월 개봉한 영화 ‘비밀은 없다’와 11월 개봉한 ‘미씽: 사라진 여자’의 경우 사라진 딸을 찾기 위한 엄마의 고군분투를 섬세하고 치열하게 그려내 화제를 모았다. 국회의원 선거를 앞둔 남편을 내조하던 아내 연홍(손예진 분)이 딸이 사라지고 그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모습이나 워킹맘 지선(엄지원 분)이 조선족 보모 한매(공효진 분)과 아이가 사라지자 누구의 도움도 없이 홀로 해결해나가는 모습은 지금까지 남성 위주의 스릴러와는 다른 질감을 가졌다.
아들이 사는 고시원에서 수도요금 120만 원이 나오자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섰다가 또 다른 사건을 감지한 ‘촉’ 좋은 아줌마 미경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 ‘범죄의 여왕’ 역시 마찬가지다. 중년의 여성이 사건을 파헤치고 수사를 펼쳐간다는 점에서 영화는 기존 범죄 영화와는 판이한 갈래를 찾아간다.
비주류 중에서도 비주류로 분류되던 여성 퀴어 영화와 여성 버디 영화들도 인기였다. 1930년 일제강점기 조선을 배경으로 귀족 아가씨 히데코와 하녀 숙의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아가씨’와 미술을 공부하는 윤주(이상희 분)와 아르바이트를 하며 자취하는 지수(류선영 분)의 현실적인 사랑 이야기를 담은 이현주 감독의 ‘연애담’, 철없는 톱스타(김혜수 분)와 미혼모(김현수 분)의 우정을 다룬 ‘굿바이 싱글’이 그 대표적인 예다.
특히 누적관객수 428만을 돌파한 ‘아가씨’는 제69회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을 받는 등 국내외 관객들과 평단에 호평을 받았다.
이 외에도 초등학생들의 우정과 심리를 그린 영화 윤가은 감독의 ‘우리들’이나, 꿈 없는 여고생이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백승화 감독의 ‘걷기왕’, 노년 여성의 삶과 죽음을 엿본 ‘죽여주는 여자’ 등이 좋은 반응을 얻었다. 올해를 시작으로 여성 영화들이 더욱 활기를 찾아 영화계를 더욱 풍성하고, 확장할 수 있게 만들기를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