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신동승 "매니저 꼬리표 없는 펀드시장 문제"

2016-12-19 1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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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승 한국펀드평가 대표는 19일 아주경제와 인터뷰에서 펀드매니저 데이터베이스가 없어 투자자가 펀드를 고를 때 어려움을 겪는다고 지적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아주경제 이규진 기자= "펀드매니저 꼬리표가 없다는 것이 우리 펀드시장에서 큰 문제다."

펀드평가사인 한국펀드평가 신동승 대표는 19일 아주경제와 만나 이렇게 말했다. 그는 "좋은 펀드는 어느 회사가 만들었는지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누가 운용하느냐가 핵심"이라며 "우리나라에는 펀드매니저 히스토리가 부족해 좋은 펀드를 고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나서야 할 기구로 신동승 대표는 금융투자협회를 꼽았다.

신동승 대표는 "과거 자료를 통해 펀드매니저 운용 스타일과 성과를 파악하면 투자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펀드매니저 데이터베이스 관리는 관련자료가 집중된 금융투자협회가 나서서 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펀드평가는 국민연금을 비롯한 국내 연기금 평가 1위 업체다. 이 분야에서 시장점유율이 52%에 이른다. 위탁평가 규모는 약 300조원이다.

한국펀드평가는 금융기관 성과 평가뿐 아니라 자산운용 컨설팅 서비스도 하고 있다. 이 업체는 연기금을 대상으로 자산배분, 목표수익률 설정, 성과·위험 관리를 비롯한 전반적인 자산운용 프로세스를 제공한다. 자산배분 솔루션과 자산운용시스템 구축을 위한 컨설팅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신동승 대표는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았지만, 2015년까지 5년 연속 흑자를 냈다"며 "어떤 정책을 결정할 때 임직원 의견을 종합적으로 듣고, 소통하는 것을 가장 중요한 경영원칙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펀드평가는 새해부터 퇴직연금 관련 사업에 집중할 계획이다. 신동승 대표는 "국내 퇴직연금시장 규모는 현재 120조원에 달하고,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 이후에는 훨씬 더 커질 전망"이라며 "퇴직연금 운용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지속적인 위험관리와 모니터링이 필요할 것"이라고 전했다.

올해 펀드시장은 전반적으로 저조한 성과를 보였다. 대내외적으로 불확실성이 컸다. 주식형펀드 수탁고는 올해 들어 6조원 이상 줄어든 반면 머니마켓펀드(MMF)에는 12조원이 유입됐다. 투자처를 못 찾은 자금이 MMF 같은 초단기 금융상품에 몰린 것이다.

금융당국이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하면서, 사모펀드 규모가 공모펀드를 앞지른 점도 영향을 줬다. 기관 투자자 뿐 아니라 개인 투자자도 사모펀드로 쏠렸다.

국내 펀드시장이 단기 성과에 치우치고 있는 것도 큰 문제로 꼽힌다. 올해 들어 12조원에 달하는 자금이 단기 금융상품에 몰린 것도 투자자가 방향성을 잃었기 때문이다. 펀드시장이 좋은 성과를 못 내면서 갈수록 단기 투자 성향이 심화되고 있다.

신동승 대표는 "연기금은 자금을 맡길 때 자산운용사마다 차별화된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려고 한다"며 "그러나 단기 성과를 내기에 급급한 자산운용사가 전문분야 대신 트렌드를 따라가는 바람에 획일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국민연금이 가치주나 중소형주 같은 특정영역에 강점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자산운용사에 돈을 맡겨도 그에 맞게 운용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단기 수익률에만 집착하다보니 중장기 전략이 사라지고, 시장 등락에 따라 성과가 좌우되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투자가 단기화되다 보니 증시가 오를 때마다 투자자는 펀드를 환매하고, 결국 지수가 반락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그러나 단기 수익에 집착하기보다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펀드를 관리하고 점검하는 것이 필요하다. 펀드는 몇개월 수익률을 따지기보다는 3년, 5년 정도로 긴 호흡으로 평가해야 한다. 

신동승 대표는 "1, 2년 잘하다가 마지막에 못한다해도 평균적으로 점수를 내주면 안정적인 수익을 유지할 수 있다"며 "펀드매니저도 완벽할 수 없기 때문에 방향성을 가지고 길게 보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런 문제점을 지적당해 온 국민연금도 최근 자산운용사 평가 기준을 바꿔 장기투자를 독려하고 있다. 먼저 위탁펀드를 평가할 때 단기 성과 항목(1년 수익률)이 아예 빠졌다. 이에 비해 장기 성과 항목인 3년과 5년 수익률은 평가 비중을 각각 50%로 늘렸다.

그간 대형주 쏠림을 심화시켜 논란이 됐던 벤치마크 복제율 지표도 없앴다. 대신 투자전략을 꾸준히 유지하는지를 보여주는 질적 평가항목을 새로 도입했다.

신동승 대표는 이런 시도를 통해 국민연금뿐 아니라 다른 연기금도 장기 투자 성향으로 바뀌어갈 것으로 기대했다.

펀드를 고를 때 수익률도 중요하지만, 위험관리와 성과 지속성도 살펴야 한다. 개인별 투자 성향을 고려해 긴 안목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신동승 대표는 "누가 뭐라 해도 수익을 많이 내는 펀드가 가장 좋은 펀드"라며 "하지만 펀드평가사 관점에서 보면 한시적으로 높은 성과를 올려 주목받는 펀드보다는 꾸준히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펀드에 더 좋은 점수를 준다"고 말했다.

그는 "기본적으로 펀드평가사는 객관성, 공정성, 합리성이 바탕이 돼야 한다"며 "펀드 등급을 산출할 때 자산운용사와 개별펀드 성과, 펀드 성과 지속성을 반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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