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 명절인 추석이 끝난 이후 국회 최대 화두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였다. 민주당 내 금투세 정책 디베이트(토론)가 오는 24일로 다가오면서 토론 참여자 라인업과 지도부 입장에 증권가와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렸다.
주식·채권·펀드 등에 투자해 연간 5000만원 이상 양도차익이 생기면 22~27.5%의 세금을 매기는 금투세는 내년 1월 1일 시행을 앞두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보완 또는 유예' 입장을 밝히면서 관련 논쟁에 불이 붙었다.
민주, 금투세 토론회 대진표 확정...시행팀 vs 유예팀 5대5 토론
민주당은 오는 24일 '행복하고 정의로운 대한민국, 금융투자소득세 시행은 어떻게?'를 주제로 당내 첫 '정책 디베이트'를 열기로 했다. 토론은 오전 10시 30분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246호에서 개최된다. 유튜브 델리민주를 통해 생중계되며 국회TV를 통해 녹화방송 될 예정이다.토론은 3대3 방식으로 진행된다. 시행팀(김영환·김성환·이강일)과 유예팀(김현정·이소영·이연희)에서 각각 5분간 기조발언을 하면 상대팀에서 반론이 이어지고, 시행팀과 유예팀의 반박과 재반박이 이어지는 형식이다.
토론 과정에서 나온 쟁점은 쟁점토론에서 심화해 다뤄진다. 이때 토론에 참여하지 않은 임광현·박선원 의원 2명이 나서 의견을 발표한다. 이후 청중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진 후 각 팀의 정리발언으로 마무리될 예정이다. 총 진행시간은 70분 정도로 예상된다.
각 팀 전략은?...토론 주자 발언 따져보니
시행팀에서 팀장을 맡은 김영환 의원은 금투세 소관 상임위인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이다. 그는 지난 13일 국회에서 열린 '금투소득세와 금융시장 건전성 강화를 위한 연속 세미나'에서 "개인적으로도 금투세 도입 여부가 자본시장 구조에 미치는 영향은 없다고 본다"고 주장했다.같은 세미나에서 김성환 의원은 "금투세 도입을 가장 강력하게 반대하는 사람이 김건희 여사와 주변 사람들처럼 주가조작을 통해 부를 축적한 사람들이라고 생각한다"며 "금투세가 또다시 유예되거나 폐지되면 대한민국 주식시장의 불투명성은 크게 확대될 것"이라며 시행 입장에 힘을 보탰다.
이강일 의원은 지난달 27일 일반 개인 투자자들의 금융 투자 수익 비과세 혜택을 보장하기 위해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납입 한도를 확대하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바 있다.
당시 이강일 의원은 법안 발의 기자회견에서 "법안이 통과되면 '금투세는 고액금융자산에 대한 과세'라는 점이 더 선명해질 것"이라며 "금투세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금투세를 시행하더라도 ISA를 이용하는 일반 개인투자자는 영향을 받지 않도록 보완 입법을 한 것이다.
유예팀에서 팀장을 맡은 김현정 의원은 '유예 후 시행' 입장을 보였다. 김 의원은 지난 19일 YTN 라디오에 출연해 "도입 필요성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그 이전에 자본시장의 선진화, 즉 체질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본인이 사무금융서비스노조위원장 출신인 점을 언급하면서 토론회에서 "주식 투자를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의견을 피력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같은 팀의 이소영 의원은 일찍부터 금투세 유예 필요성을 공개적으로 그리고 강하게 주장한 인물이다. 이소영 의원은 지난 7일 CBS 라디오에 출연해 "유예 (입장)은 맞다"면서 "현재 시점에서는 폐지하고 우리나라 주식시장이 금투세를 부과해도 아무 문제가 없을 정도의 상황이 됐을 때 재도입하는 게 맞다는 게 저의 정확한 입장"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법률사무소 출신으로 현재 개미투자자들의 지지를 등에 업고 폐지 주장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친명계 초선인 이연희 의원 역시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자본 시장 선진화가 먼저다. 금투세 시행은 시기상조"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의원은 "국내 고액 개인투자자 50만명의 반대와 조세 저항을 무릅쓰고 금투세 도입을 주장하는 것은 '대선은 포기해도 괜찮다'란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고 했다.
지도부 '유예'로 기울었단 의구심도..."결론 정하고 하는 토론 아냐"
민주당은 토론이 끝나면 지도부의 판단을 통해 최종 입장을 정리해 당론을 정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당내 의견은 크게는 '유예론'과 '보완 후 시행론'으로 나뉜다. 당초 민주당은 금투세를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이었지만 일반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금투세 폐지 요구가 거세지면서, 지난달부터 제도 시행을 유예하자는 주장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민주당 지도부 내에서도 유예론이 우세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민석 수석최고위원은 지난 19일 "내년 1월 시행이 예정된 금투세를 3년 정도 유예해 증시 개혁과 부양의 검증 시간을 가져야 한다"며 "코스피 4000선 등 적정 목표 달성 여부를 유예 만료 시점에 판단하고 (금투세를) 실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이 대표의 최측근으로 올라선 김 최고위원이 '유예' 입장을 밝히자 당 안팎에서는 금투세에 대한 이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민병덕 정책 디베이트 준비위원장은 "이번 토론은 어떤 방향으로 가닥을 잡고 하는 토론이 아니다"라며 "토론회 준비 과정에서 (지도부가 금투세 유예로) 가닥을 잡았냐고 말씀하시는 것은 저희로선 납득할 수 없다"고도 반박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을 향해 금투세를 폐지해야 한다고 재차 압박하고 있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주식시장이 취약하고 변동성이 큰 지금은 금투세 폐지가 정답"이라며 "그것이 1400만 주식투자자들이 국회에 기대하는 추석 민심"이라고 강조했다.
22대 국회 입법권을 쥔 거대 야당 민주당이 법 시행 유예 여부 등을 사실상 결정하는 상황에서 민주당 지도부가 토론회 이후 정책 의원총회에서 어떤 결론을 내릴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