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건물 외벽 떨어지고 도로 잠겨…전국 곳곳에 폭우 피해 속출

2024-09-21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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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선 '8m 땅꺼짐', 트럭 2대 빠져…전국에서 600여명 대피

21일 오전 경남 김해시 주촌면 내삼천이 폭우에 불어나면서 차량이 물에 잠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21일 오전 경남 김해시 주촌면 내삼천이 폭우에 불어나면서 차량이 물에 잠겨 있다. [사진=연합뉴스]

전국 곳곳에 많은 비가 쏟아지면서 땅꺼짐과 산사태·낙석·정전 사고가 발생했고 일부 주민은 긴급히 대피했다.
 
21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지난 이틀간 400㎜가 넘는 기록적인 폭우가 내린 경남 창원 도심은 물바다로 변하며 도로 곳곳이 침수됐고, 200㎜ 넘게 내린 부산에서는 깊이 8m가량의 대형 싱크홀(땅꺼짐)로, 차량 2대가 빠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열대저기압으로 변한 태풍 풀라산의 영향으로 일부 지역에는 강풍까지 불며 가로수가 뿌리째 뽑혔고, 농경지 등이 물에 잠겼으며 산사태와 낙석·정전도 잇따랐다. 철도와 여객선 운항도 차질이 빚어지며 이용객이 불편을 겪었고, 강원에서는 등산객이 고립됐다 구조되기도 했다.
 
지난 20일 0시부터 21일 오후 2시까지 평균 강수량 175㎜를 기록한 경남 지역 곳곳은 물난리를 겪었다. 경남 창원 덕동에는 482.5㎜의 물폭탄이 쏟아졌고, 창원 399.5㎜, 김해 339.3㎜, 고성 293.5㎜, 양산 292.7㎜, 사천 248㎜, 진주 203.6㎜ 등을 기록했다.
 
장대비에 창원시 성산구 창원터널 김해 방향은 이날 오전부터 차량이 통제됐다 오후 해제됐고, 불모산터널 김해 방향은 한때 통제됐다가 풀렸다. 밤새 내린 비로 경남 지역 소규모 교량 189곳, 하천변 산책로 47곳, 둔치 주차장 15곳 등 호우 피해 우려 지역 308곳이 통제되고 있다.
 
김해시 대성동고분박물관에서는 고분 일부가 붕괴했고, 창원과 김해 등 일부 지역에서는 하수와 계곡물이 넘쳐 도로에 쏟아졌다. 부산도 270.9㎜의 폭우가 쏟아진 데다 밀물까지 겹쳐 피해가 컸다. 부산 강서구는 지역 내 하천인 조만강 저지대 일부 지역으로 강물이 넘쳐 들어오고 있다며 인근 지역 주민에게 대피를 권고했다.
 
도로 침수가 동시다발로 발생하며 부산진구 범내골 교차로에서는 타이어가 반쯤 물에 잠긴 채 차량이 운행했다. 또 부산 가락IC 인근 도로는 물이 가득 찼고, 강서구 과학산단 인근 도로도 흙탕물에 잠기기도 했다.
 
부산에서는 161건의 피해 신고가 접수됐는데, 이 중 도로·차량 침수 신고 건수는 30여건, 맨홀 역류 신고는 20여건이다. 이날 오전 10시 13분께 부산진구의 한 도로 맨홀 주변은 역류하는 물에 아스팔트가 산산조각 났고, 해운대 벡스코와 올림픽교차로 일대·연제구 거제동·강서구 지사동·부산진구 범천동 등 상습 침수 지역은 무릎까지 물이 차올랐다.
 
앞서 이날 오전 8시 45분에는 사상구 한 도로에 가로 10m, 세로 5m, 깊이 8m가량의 대형 땅꺼짐 현상이 발생, 트럭 2대가 빠지는 사고도 났다.
 
21일 오전 8시 45분께 부산 사상구 한 도로에서 가로 10m 세로 5m 깊이 8m가량의 대형 싱크홀땅꺼짐이 발생해 트럭 2대가 빠져있다 사진연합뉴스
21일 오전 8시 45분께 부산 사상구 한 도로에서 가로 10m, 세로 5m, 깊이 8m가량의 대형 싱크홀(땅꺼짐)이 발생해 트럭 2대가 빠져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 19일부터 사흘째 호우가 이어진 전남에서는 장흥 유치면 33가구 42명, 담양 금성·고서면 등 27가구 32명, 광양 광양읍과 봉강면 등 86가구 90명이 산사태 우려 등으로 대피했다. 산사태와 하천 범람 등이 우려되는 경남 창원, 진주, 합천, 김해 등에서는 46가구에서 66명이 집을 떠났다.
 
충북 청주에서는 이날 오전 3시 20분 병천천 환희교 일원에 홍수경보가 내려져 인근 혜능보육원에서 생활하는 직원과 학생 52명이 옥산중학교 강당으로 몸을 피했고, 산사태 취약지역 주민 11명도 경로당 등 안전한 곳으로 옮겼다.
 
경북에서는 이날 오전 295가구 436명이 마을회관 등으로 사전 대피했고, 경남에서도 산사태 등이 우려되는 창원, 합천, 진주에서 주민들이 대피했다. 충남 서산시 동문동에서는 산사태가 발생해 토사가 유실되면서 인근 주택 거주자 4명이 지인 집이나 숙박시설로 대피했다
 
이날 전국 6개 시도에서는 600여명이 대피한 것으로 파악됐다. 건물 외벽이 떨어지거나 무너지는 피해도 이어졌다. 지난 20일 오후 10시 10분께 인천 강화군 강화읍에서는 건물 외벽 마감재가 떨어졌고, 양사면 철산리 왕복 2차선 도로에서도 낙석으로 한때 일부 차선이 통제됐다.
 
같은 날 전남 구례 야산과 인천 옹진군에서도 낙석 신고가 접수됐으나 다행히 인명·재산 피해로 이어지지 않았다. 앞서 지난 20일 오후 7시께 전남 광양시 옥곡면과 진상면 284가구에서는 비바람으로 전기 시설이 훼손되며 정전이 발생해 1시간여 만에 전기공급을 재개했고, 이보다 앞선 오전 5시 45분께 광양시 옥룡면에서도 248가구의 전기 공급이 끊겼다.
 
부산 남구에서도 이날 오전 11시 30분께 2100여 가구 아파트 전기 공급이 중단됐다. 많은 양의 비로 이날 오전 경기 수원시 팔달구에서는 나무가 뿌리째 뽑혀 도로에 넘어지는 등 전국 곳곳에서 비슷한 사고가 잇따랐다.
 
충남 서산시 예천동의 한 아파트에서는 들어찬 빗물이 지하 엘리베이터 통로에 쏟아지면서 엘리베이터 작동이 멈추기도 했다. 평야 지역인 전북 익산·김제·군산·고창에서는 벼 712㏊와 원예작물 50㏊가 넘어지거나 침수됐고, 전남지역 논 75.6㏊에서 수확을 앞둔 벼가 쓰러지는 등 농경지 피해 면적도 계속 늘고 있다.
 
현재까지 별다른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응급 구조 사례는 속출했다. 강원 인제군 북면 설악산 봉정암에서는 가야동 계곡 방향으로 내려가던 등산객 3명이 불어난 계곡물에 밤새 고립됐다 국립공원관리공단 직원의 도움으로 하산했다.
 
집중호우로 전국 4개 철도 5개 구간에서는 열차 운행이 지연되거나 중단됐다. 한국철도공사(코레일)에 따르면 경부선 대전∼심천역 구간, 부산∼화명역 구간, 호남선 서대전∼익산역 구간, 가야선 가야∼부전역 구간, 동해선 센텀∼오시리아역 구간에서 열차 운행이 지연됐다.
 
경전선 동대구~진주 구간과 경부 일반선 동대구~부산 구간에서는 열차 운행이 중단됐다. 서해 기상 악화로 인천과 섬을 잇는 14개 항로 가운데 인천∼연평도와 인천∼백령도 등 13개 항로 16척의 운항이 통제됐다.
 
전남 목포·완도·여수·고흥을 오가는 53개 항로, 80척 여객선 가운데 48개 항로, 66척은 운항 통제 중이고, 강릉과 울릉도를 오가는 여객선도 운항을 중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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