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대한민국의 최고 권력기관이자 공조직인 청와대가 ‘최순실 게이트’ 피의자로 입건된 박근혜대통령 개인의 방패막이로 전락한 게 아니냐는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검찰 수사를 통해 현직 대통령으로는 헌정 사상 처음으로 피의자로 입건된 박 대통령 개인의 안위를 위해 청와대가 부산하게 움직이며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 '방탄 청와대'라는 비난까지 사고 있다.
검찰이 지난 20일 최순실·안종범·정호성 공소장을 통해 박 대통령을 직권남용 및 강요, 공무상 비밀누설의 공동정범으로 규정하자 정연국 청와대 대변인이 나서서 “상상과 추측을 거듭해서 지은 사상누각일 뿐”이라며 “그간 진행돼온 검찰의 수사가 공정하고 정치적 중립을 지켰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대변인을 통해 유 변호사가 민정수석실 행정관의 컴퓨터를 빌려 문안을 작성했고, 자료를 제공했을 뿐이라고 해명했고, 민정수석실은 “민정수석실은 직무분장상 대통령이 직무 수행중 이슈가 생기면 보좌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민정수석실은 청와대 내 감찰, 정부 고위인사의 인사검증까지 맡아 사정권, 인사권을 행사한다. 공직·사회기강, 법무는 물론 여론·민심 동향 파악까지 수행한다.
그런데 이같은 공적 업무를 망각하고, 박 대통령의 개인적인 형사 사건 변론을 위해 민정수석실을 비롯해 청와대 공조직이 움직인다면 모두 공무원 성실 의무 등 실정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이종걸 의원은 “대통령 비서실은 정부조직법 제14조 제1항에 ‘대통령의 직무를 보좌’하는 것을 그 임무로 한다고 명문화돼 있는데, 박근혜 피의자의 범죄 혐의에 대한 논란은 대통령의 직무와는 상관이 없다”면서 “박 대통령 또는 청와대 상급자가 하급자에게 그와 관련된 일을 시킨다면 이는 형법 제123조의 직권남용죄를 위반할 소지가 다분하다”고 했다.
특히 법조계 일각에서는 청와대 관계자들이 ‘부정청탁 및 금품 등의 수수금지 등에 관한 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 등 실정법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청와대의 공조직이 박 대통령의 사적인 문제를 변호하는 데 앞장서도록 부정한 청탁을 받은 것이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청와대 비서실을 포함해 어떤 공조직도 박 대통령 개인의 방탄을 주도하든지 가담하면 결과적으로 ‘공범의 공범’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경고성 목소리도 나온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방탄 조직인 청와대에 숨어 있는 피의자 박 대통령을 즉각 강제수사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인천지검 강력부 이환우(39·사법연수원 39기) 검사는 23일 오전 검찰 내부 게시판 '이프로스'에 '박근혜 게이트'라는 주제어로 '검찰은 이제 결단해야 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범죄 혐의에 대한 99%의 소명이 있고, 이제 더는 참고인 신분이 아닌 피의자가 수차례 출석 요구에도 불구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체포 영장을 청구해 강제수사를 진행하는 것이 우리의 법과 원칙"이라고 밝혔다.
이 검사는 "당장 피의자를 기소할 수 없을지라도 혐의 유무를 분명히 한 뒤 소추조건이 완성됐을 때 기소하면 되고 추가적인 증거인멸 방지를 위해서도 필요한 수사절차를 진행해야 한다"며 헌법상 불소추 특권을 핑계로 강제수사를 하지 않는 것은 검찰의 직무유기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