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 청와대는 9일 박근혜 대통령의 전날 '국회 추천 총리의 내각 통할' 발언과 관련, "실질적으로 총리에게 각료 임명제청권 등이 보장되는 것"이라는 입장을 정세균 국회의장에게 전달했다.
허원제 정무수석은 이날 오전 국회를 찾아 정 의장을 비공개 예방한 자리에서 이같이 설명했다고 김영수 국회 대변인이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전했다. 이날 면담은 정 의장이 '국회추천 총리의 권한 부분을 분명히 해달라'는 야당의 요구를 청와대에 전달한데 따른 후속조치로 이뤄진 것으로, 면담은 오전 8시30분부터 30분 가량 이뤄다.
허 수석은 이 자리에서 "헌법적 규정 때문에 대통령의 표현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각료 임명제청권 등 총리가 갖고 있는 권한을 충분히 활용하고 행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는 뜻이다. 그걸 자연스럽게 언론에 알리겠다"고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각권 위임 등 야당이 요구하는 수준의 구체적인 권한 이양 부분에 대한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정 의장은 "현 상황에서 문구 하나둘 첨삭한다고 될 문제가 아닌 것 같다. 민심을 잘 읽는 게 중요한 만큼, 철저히 민심에 기반해 해법을 찾아야 한다"며 "대통령이 너무 내려놨다는 느낌을 주는 정도도 지금 현 상황에서는 국민이 부족하다고 받아들이는 것 아니냐. 대통령이 너무 내려놨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해야 국민이 받아들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고 김 대변인이 전했다.
정 의장은 "대통령이 모든 것을 내려놔야 되지 않겠는가. 그런 입장에서 정국을 풀어나갔으면 좋겠다"고 거듭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 의장은 또한 전날 오후 있었던 여야3당 원내대표 회동에서의 야당 분위기를 전달하며 "민심이라는 게 정당을 통해 전달되는 것인데, 성난 민심이 나타난 상황에서 야당도 움직일 수 있는 명확한 근거가 마련돼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 이를 헤아려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허 수석은 특별한 답변을 하지는 않았다.
헌법 제87조에 따르면 총리는 장관 등 국무위원 임명을 대통령에게 '제청'하고, 국무위원 해임을 '건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총리에게 조각권까지 부여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정 대변인은 "국회에서 총리 후보자를 추천해 주면 깊이 있는 논의가 이뤄질 수 있는 부분"이라며 가능성을 열어뒀다.
사정기관장 인사까지 총리에게 위임할 수 있느냐는 물음에는 "구체적인 내용까지 언급할 수 없다"고 전제한 뒤 "새로 추천될 총리와 국회가 협의할 사안이고, (박 대통령과 여야 대표 간) 영수회담에서도 논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야권의 요구대로 박 대통령이 헌법상 권한까지 포기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질문에 정 대변인은 "김병준 국무총리 후보자도 위헌적 요소가 있다고 했지만, 제가 드릴 말씀은 없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