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초대석] 한경희 대표 "스팀청소기 명성, 가위칼로 이어갈 것"

2016-11-09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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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희 한경희생활과학 대표는 최근 개발한 '가위칼'에 대해 "신개념 조리도구로 전 세계 주방의 역사를 바꿔 놓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빈부에 상관없이 누구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제품을 만들겠다는 게 제 경영모토입니다."

한경희 한경희생활과학 대표이사는 8일 서울 금천구 가산동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이같이 밝혔다.
한경희생활과학은 한 대표가 1999년 설립한 생활가전업체다. 올해로 창립 17주년을 맞았다.

그간 스팀 청소기와 다리미를 비롯해 광파오븐, 죽 제조기, 식품 건조기, 가위칼 등 다양한 제품을 출시해 주목받았다.

가장 유명한 제품은 스팀청소기다. 2003년 국내 최로로 출시해 지금까지 1000만대를 판매했다. 대한민국의 총 가구수를 약
1800만 가구로 환산할 때 두 집 중 한 집은 한경희생활과학의 스팀청소기를 사용하고 있는 셈이다.

스팀청소기의 명성을 이어갈 다음 주자는 가위칼이다. 가위칼은 음식 재료를 뚝뚝 잘라 넣으면 된다. 변기보다 세균이 많다는 도마 위생 걱정도 덜 수 있다. 주부는 물론 1인 가구, 캠핑족에게도 인기다.

한 대표는 "신개념 조리도구인 가위칼이 전 세계 주방의 역사를 바꿔 놓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스팀청소기와 마찬가지로 가위칼을 개발하게 된 계기 역시 한 대표 본인의 경험에서 나왔다.

한 대표는 "회사 일과 가사 일을 병행하다보니 매번 도마를 씻는 게 여간 번거로운게 아니었다"며 "특히 김치를 자를 때면 도마에 김칫국물이 배어나 위생에도 좋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가위와 도마를 결합하자는 아이디어를 냈고 연구개발을 시작한 것이다.

한 대표는 "사실 아이디어는 10년 전에 냈지만 제품이 개발돼 출시되기까지는 상당한 시행착오가 있었다"고 소회했다.

시중에 파는 식재료가 워낙 다양하기 때문에 단단한 호박부터 무른 두부까지 모두 잘 자를 수 있는 가위칼을 개발해야 했기 때문이다.

연구원들이 똘똘 뭉쳐 야채부터 고기까지 총망라한 식재료를 구입해서 수만번의 테스트를 진행했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게 가위칼이다. 생고기, 익힌 고기, 오도독뼈 등을 손쉽게 자를 수 있고 포기김치도 밀리지 않고 원형태를 유지해 절단할 수 있다.

해외진출도 앞두고 있다. 미국 시장에는 '나이프 시저(Knife scissors)'라는 이름으로 내년 봄 출시한다.

한 대표는 "미국에서 인포머셜(정보광고) 쇼를 6개월 전에 찍었는데 상당히 반응이 좋았다"며 "이는 회사 매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고 말했다.
 

한경희 한경희생활과학 대표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이 최소 2년 이상 해당 분야에서 영업을 해봤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다른 신사업도 구상 중이다. 컨셉트는 '건강'이다. 전자파 걱정 없이 음식을 데울 수 있는 가전제품은 개발단계에 있다. 여기에 다이어트에도 좋고 맛도 좋은 건강식을 배달하는 서비스도 검토하고 있다.

한경희생활과학이 탄탄대로 행보만 보인 것은 아니다. ‘우주에 로켓도 쏘아 올리는 세상에 청소기 하나 개발하는 것쯤이야’ 라는 생각으로 사업을 시작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안정적인 공무원(교육행정사무관) 생활을 뒤로 하고 집을 담보로 1억 원을 대출 받았는데, 개발비로 든 돈만 10억 원에 달했다.

한 대표는 "사실 사업을 시작한 것도 아는 엔지니어가 사업비 5000만 원에 6개월 정도면 스팀다리미를 만들 수 있다고 조언을 해줬기 때문인데,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내놓기까지 상당히 힘들었다"고 회상했다.

제품이 나와도 파는 게 쉽지 않았다. 한 대표는 "3년 간 고생 끝에 스팀청소기를 내놨지만 막상 출시하고 보니 영업이 어려웠다"며 "아무리 좋은 상품이 있어도 유통에 대한 이해가 없으면 사업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물건이 팔리는 경로를 확보하지 못해 한 대표의 집은 물론 시부모와 친정 집까지 담보로 잡혔다. 5년2개월이 돼서야 직원 월급과 자재비를 밀리지 않고 결제할 수 있었다.

그래서일까. 그는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을 준비하는 후배들에게 '최소 2년 이상 해당 분야에서 영업을 해보라'고 조언한다.

한 대표는 “유통이나 영업에 대한 이해가 있고 본인의 유통 네트워크가 있는 상황에서 사업을 하면 훨씬 수월할 것”이라며 “내가 비싼 수업료를 치르며 겪었던 시행착오를 후배들이 조금이나마 덜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성장 정체기에 있는 스타트업에는 "비용이 들더라도 유통을 잘 할 수 있는 파트너를 구하라"고 지적했다.

한 대표는 "물론 마진을 충분히 내지 못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지만 일단 물건이 팔리면 어쨌든 살아남을 수 있는 통로가 생긴다"며 "해당 분야에서 유통망이 잘 갖춰진 회사들과 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경희생활과학은 지난 2014년 71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최근에는 미국 탄산수제조기 관련 기업 SDS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이를 두고 한 대표는 ‘성장통’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영업손실은 올해 벗어났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가위칼을 비롯해 앞으로의 신사업은 상당한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고 강조했다.

 

한경희생활과학에서 출시한 가위칼. 생고기, 익힌 고기, 오도독뼈 등을 손쉽게 자를 수 있고, 포기김치도 밀리지 않고 원형태를 유지해 절단할 수 있다.[사진=한경희생활과학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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