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현 정부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의 ‘국정개입 파문'으로 최악의 혼돈에 빠진 정국이 박근혜 대통령의 국무총리·대통령비서실장 인선으로 더욱 꼬이는 형국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2일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 출신의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국무총리로 내정한 데 이어 곧바로 다음날인 3일 김대중 정부 청와대 비서실장을 지낸 한광옥 위원장을 비서실장으로 기용했다.
두 사람이 노무현·김대중 정부 인사이긴 하지만, 김 내정자의 경우 참여정부 이후 현재의 야권과는 등을 돌렸고, 한 신임 비서실장의 경우도 2012년 대선 때 박 대통령 당선을 도운 일등공신으로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국민대통합위원장을 맡았다는 점에서 사실상 '박근혜 사람'으로 분류된다.
청와대와 새누리당은 경제와 안보 이중 위기 속에서 국정정상화가 시급하며, 이를 위해 정부 요직을 두루 거친 야권 출신 인사들을 기용해 야권의 협조를 기대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야권은 박 대통령이 민심을 무시하고 ‘불통 개각’ 하루 만에 또다시 '불통 청와대 참모 인선'을 감행했다며 즉각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야권 내부에서도 “박 대통령은 절대로 변하지 않는다. 이제는 하야·탄핵 카드를 꺼내들 때가 됐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윤관석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맨날 야권 인사를 뽑아다가 세워놓고 통합인사처럼 하고 있다"며 "덜커덕 총리와 제2의 허수아비 실장, 검찰보호 수사보호용 민정수석 이런식으로 인사를 해나간다면 야권 협조를 얻기도 어려울 뿐더러 무너진 국정운영 콘트롤타워 세우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손금주 국민의당 수석대변인도 "진실을 밝히고 국민에게 사과해야 할 대통령이 국민의 소리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또 다시 국면전환용 인사를 단행한 것"이라며 "검찰 수사를 받아야 할 대통령이 자신의 방패막이용 인사로 계속 국면전환만을 꾀하고 있다"라고 비난했다.
여소야대 국회 상황에서 야권의 협조 없이는 김병준 총리 내정자의 총리 인준도 사실상 불투명하다. 이미 야권은 인사청문회를 보이콧한 상태다. 총리실이 총리 후보자 인사청문요구서를 국회에 제출하면 30일 이후 본회의 부의가 가능하지만, 국회의장이 부의를 거부하면 표결은 불가능해진다. 인사청문회가 열리지 않으면 박 대통령이 총리 임명을 강행할 수도 없다.
김병준 총리 내정자는 이날 금융감독원 연수원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여야 정치권과 여론의 총리 지명 논란을 의식한 듯 “왜 박근혜 대통령 방패막이를 하려 하느냐. 국회에서 국무총리를 선출하는 것이 옳다고 주장하고 왜 이런 선택을 하느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면서 “국정 붕괴를 그대로 보고 있기 힘들었다”고 총리직 수락 배경을 설명했다.
김 내정자는 “책임과 역사적 소명을 다하겠다”면서 “이 책임과 소명을 다하지 못할 경우 자리에 연연해하지 않겠다”고 수초 간 말을 멈추다 울먹이기도 했다.
김 내정자는 “헌법이 규정하는 국무총리 권한 100%를 행사할 것이고, 경제·사회 정책을 맡을 것“이라며 사실상 내치를 책임지는 총리가 될 것임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개각 등 모든 부분을 국회와 협의할 것”이며 "상설적인 협의기구 협의채널을 만들어서 여야 모두로부터 동력 공급을 받겠다"고 말했다.
최순실 사태와 관련해 김 내정자는 ”최순실 사태의 가장 큰 본질은 대통령 권력과 보좌체계에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김 내정자는 박 대통령의 수사 필요성에 대해 "헌법규정을 두고 서로 다른 해석 있지만, 저는 수사와 조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날 김 내정자가 야당을 설득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김 내정자는) 불통 대통령께서 문자로 내려 보낸 불통 총리다. 더이상 언급할 가치가 없는 얘기들"이라고 일축했다.
추 대표는 김 내정자가 총리직 수락이 노무현 정신에 부합한다고 발언한 데 대해선 "나는 그분이 말하는 노무현 정신이 그런 거 아닌 것 같다"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