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은숙 기자 = 힐러리 클린턴이 또다시 이메일로 곤경에 처했다. 대선 전에 절대 공개되기를 바라지 않았던 클린턴의 비공개 고액 강연 내용들이 위키리크스를 통해 밝혀져 위기를 맞고 있다고 미국 정치전문 매체인 폴리티코 등이 지난 7일(이하 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메일 내용에서는 클린턴의 유세 내용과 모순되는 것들도 많아, '신뢰도'에 또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특히 민주당 경선에서 가장 핵심 이슈로 떠올랐던 미국 금융계 월스트리트와의 유착은 다시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미국 언론인 PBS는 전했다.
내부인사들이 가장 문제가 될 내용으로 꼽은 것은 클린턴이 '정치적 협상'의 필요성에 대해 언급한 부분과 부동산 투자자들인에게 "기관적 입장과 민간부문의 입장이 모두 필요하다"고 이야기한 것이다. 이같은 발언들은 민간업체들의 이익 대변을 위해서 공적인 가치를 다소 희생할 수도 있다는 의미로도 읽힐 수 있는 부분이다.
클린턴은 또 일부 발언에서 자신의 상류층의 위치를 강조했다. 골드만 삭스와 블랙록의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클린턴은 "(자신은 현재) 중산층의 삶과는 매우 거리가 있다"라면서 '지금 남편과 내가 누리고 있는 재산' 등을 언급하기도 했다. 2013년 골드만삭스 주최 행사장에서는 '성공적인 삶을 사는 사람들에 대한 일반인들의 편견이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고 알려졌다.
또한 클린턴은 제록스 CEO인 우르술라 번스에게 미국의 양대 정당이 모두 "실용적, 중도적, 합리적"이 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샌더스와의 경선에서 자신이 '진보적' 인사라며 수차례 강조한 클린턴의 입장과는 다르다.
게다가 도이체방크에서 비용을 지불해 2014년 열린 한 행사에서는 클린턴이 '금융개혁은 업계 자체에서 해야 한다'고 말하거나, 브라질 은행업계에서 주최한 행사장에서는 보호무역에 대항해야 한다고 말하는 등 현재의 선거공약과는 다른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거대 은행들과의 연설에서 클린턴은 월스트리트와 오랫동안 이어져온 관계를 강조했으며, 자신이 금융업계를 '파트너'로 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고 PBS는 전했다.
그러나 이같은 이메일 내용은 도널드 트럼프의 '음담패설' 논란에 가려 생각보다 큰 파괴력을 가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미국 현지 언론들은 분석했다. 트럼프는 1차 TV 토론을 망치면서 9.11 추모식에서 쓰러지면서 위기를 겪은 데 겪었던 클린턴을 구한 데 이어 2번째로 클린턴을 정치적 위기에서 구한 셈이다.
클린턴 캠페인과 관계자들은 이 발언들에 대해 제대로 확인해주지를 않고 있다. 다만 포데스타는 트위터에 "문서들의 진위를 가려낼 시간이 없다"면서 "선거를 도널드 트럼프 쪽으로 몰고 가려는 러시아인들에 의해 해킹당하는 것은 기분나쁜 일"이라는 메시지를 올렸다.
한편, 이번 이메일이 당장은 파장이 크지 않을 수 있지만, 이후 백악관에 입성해서도 클린턴의 신뢰도를 묻는 꼬리표로 계속 따라다닐 수 있다고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