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 성난 민심은 누진제로 인해 인내심이 폭발하는 수준까지 올라섰다. 가정용 누진제로 인해 우려됐던 전기요금 폭탄이 현실로 나타나면서 정부를 상대로 질책이 빗발치고 있다. 전기요금 폭탄은 추석 소비부진으로 이어질 조짐까지 보이고 있어 악순환이 반복될 것으로 전망된다.
한 지역 주민은 이달 전기료가 32만9000여원이 청구됐다. 월 평균 12만원 정도를 내던 주민이 누진제로 인해 3배 가량의 전기료 폭탄을 맞은 것이다. 전기 사용량은 두 배에 미치지 못했지만, 누진제로 인해 요금이 껑충 뛴 사례다.
정부와 정치권은 누진제에 대한 국민 불만이 폭주하자 뒤늦게 당·정 전담반(TF)을 구성해 전기요금 체계를 개편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당장 전력 소비가 많은 7~8월을 비껴가는 대책이라는 점에서 ‘사후약방문’이라는 질책이 쏟아지고 있다.
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농심은 우울하다. 지난해 극심한 가뭄에도 버텼지만, 올해 폭염은 농작물 작황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이상고온에 고랭지 배추조차 버티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경북 안동시 사과 농가에서는 과일 일소(과실 표면이나 농작물의 잎이 햇빛에 오래 노출되면서 화상을 입는 것)현상으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대형마트 한 관계자는 “사과와 배 등 과일은 유례없는 폭염과 열대야로 생육이 부진해 작년 추석 때보다 20∼25%가량 높은 시세가 형성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기업들은 정부의 경제정책 추진에 답답하기만 하다. 폭염으로 공장 가동이 수월하지 않는 마당에 추경을 포함한 경제법안이 제때 시장에 적용되지 않자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조선·철강 등 공급과인 업종들은 구조조정까지 해야하는 처지여서 근로자 눈치 보기도 바쁘다. 정부가 확실한 대책으로 끌어줘야 사업재편도 가능한데, 지금으로서는 기업도 폭염에 지친모습이 역력하다.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3일 “어제까지로 예정된 추경 처리 기한이 아무 성과 없이 지났고 향후 처리 일정도 없다”며 “추경은 타이밍이 생명인데, 이미 골든타임이 지나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는 이어 “3분기에는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 구조조정 가시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법) 시행 등 경제 하방 위험이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추경 통과는 우리 경제가 당면한 가장 시급한 현안”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