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가 이민 정책을 바꿀 수 있다고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진다. 로저 에일스 전 폭스 회장의 캠프 영입설도 잇따라 나오면서 다음달 예정돼 있는 공개 토론 준비를 본격화하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1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트럼프는 일부 이민자에 한해 미국에 머물 수 있는 권리를 주는 등 자신의 이민 정책 방향을 바꿀 수 있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멕시코와의 국경에 장벽을 설치하고 미국 내 불법 이민자들을 모두 추방하겠다는 그동안의 입장에서 바뀐 것이다.
일부라는 전제가 달리긴 했지만 트럼프가 불법 이민자들에 대한 구제 카드를 꺼낸 데는 히스패닉계 등 소수계층 유권자를 활용해, 떨어지고 있는 지지율 문제를 만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 트럼프의 지지율은 전국적으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대선 후보에 비해 뒤처지고 있다. 미국 CBS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경합주 중 한 곳인 오하이오 주에서에서 클린턴의 지지율은 46%로, 트럼프(40%)보다 6%포인트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연방통계국에 따르면 미국 내 히스패닉은 지난해 기준 전체 인구 가운데 17.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선 투표권을 갖고 있는 미국인 가운데서도 히스패닉의 비율이 약 10%일 것이라는 예상도 나온다.
로저 에일스 전 폭스 회장의 트럼프 캠프 영입설도 연달아 나오면서 지지율 하락으로 침울해진 캠프 분위기가 전환될 수 있을지 여부에도 관심이 쏠린다. CNN 등 현지 언론은 에일스 전 회장의 캠프 합류 가능성에 대해 보도하고 나섰다. 에일스 영입설은 지난주에도 불거졌었다.
이에 대해 켈리앤 콘웨이 캠프 선거대책본부장은 21일(현지시간) CNN과의 인터뷰에서 "에일스 전 회장의 캠프 내 역할은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정해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에일스와 트럼프가 지난 주말 뉴저지에서 골프 회동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면서, 에일스가 캠프 내에서 경제 등 전반적인 정책 구상에 있어 조언자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에일스가 캠프에 참여하게 된다면 오는 9월 26일부터 시작되는 TV 토론회 등 공개 토론 준비부터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성추문으로 인해 트럼프의 지지도 반등에는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뉴욕타임스(NYT)는 "에일스가 성추문 사건으로 불명예 퇴진한 만큼 트럼프 캠프에 영입되면 여성 유권자들의 표심 잡기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언론계 큰 손이자 공화당 정치 운동의 전설로 꼽히는 에일스는 상습 성희롱 혐의로 전직 여성 앵커에게 소송을 당했다. 혐의를 부인했지만 또 다른 여성 앵커의 성희롱 증언이 나오면서 폭스뉴스 최고경영자(CEO) 자리에서 물러났다.
한편, 클린턴 캠프에서는 러시아 정부와의 연계설을 앞세워 트럼프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어 관심이 모아진다. 클린턴 캠프의 로비 무크 선대위원장은 미국 ABC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트럼프를 지지하는 것은 분명하다"며 "트럼프 캠프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이 어느 정도인지 밝혀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트럼프는 클린턴 이메일 스캔들 등 주요 이슈에 대해 친(親)러 발언을 잇따라 내놨었다. 그런 가운데 폴 매너포트 트럼프 캠프 선대위원장이 과거 친러 성향의 전 우크라이나 대통령의 측근에게 거액을 받은 정황이 나오면서 논란이 빚어졌다. 매너포트 위원장은 곧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클린턴 캠프에서는 트럼프와 러시아와의 유착설을 강하게 비판하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