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현장] 은행, 동반자한테 이래도 되나

2016-08-22 1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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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문지훈 기자 = 최근 시중은행들을 보면 '먹고 살기 어려워질수록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통합 멤버십 서비스 경쟁만 봐도 은행권 영업 환경이 얼마나 척박해졌는지, 이로 인해 영업 압박이 얼마나 커졌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대다수 은행들은 ISA 출시 초기 고객 유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1000원이나 1만원 이하의 '깡통 계좌'를 대거 유치했다. 일단 가입한 뒤 여유 자금이 있을 때 언제든 금액을 추가하면 된다는 말은 ISA 출시 초기 은행원들의 단골 멘트 중 하나였다.

그러나 깡통 계좌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금융당국의 검사 가능성도 높아지자 일부 은행은 계좌를 개설한 고객에게 연락해 계좌를 해지하거나 금액을 1만원 이상으로 늘려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통합 멤버십 서비스 역시 마찬가지다. 계열사와의 통합 멤버십 서비스를 선보이면서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영업점에 내방하는 고객뿐만 아니라 지인은 물론 학교 앞에서 각종 경품으로 하교하는 학생들을 유혹하며 가입자 유치에 나선 곳도 있었다.

문제는 이 같은 과정에서 고객들의 위상은 도구로 전락했다는 점이다. 더 이상 상생의 대상이 아니라 실적을 채우기 위해, 타 은행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상품이든 서비스든 무조건 가입시켜야 하는 대상일 뿐이다.

은행들은 고객을 '파트너', '동반자'로 부르고 있다. 은행장들의 신년사를 비롯해 월 조회사에는 '고객의 가치', '고객과의 신뢰'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은행업의 근본은 고객'이라는 멘트도 은행장들의 단골 멘트 중 하나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금융 환경으로 인해 무한 경쟁에 내몰린 은행들의 심정도 조금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스스로 동반자라고 부르는 이들에게 이렇게까지 해도 되는 일인지는 의문이다. 더 이상 고객을 '호갱' 취급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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