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와 통합 멤버십 서비스 경쟁만 봐도 은행권 영업 환경이 얼마나 척박해졌는지, 이로 인해 영업 압박이 얼마나 커졌는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대다수 은행들은 ISA 출시 초기 고객 유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1000원이나 1만원 이하의 '깡통 계좌'를 대거 유치했다. 일단 가입한 뒤 여유 자금이 있을 때 언제든 금액을 추가하면 된다는 말은 ISA 출시 초기 은행원들의 단골 멘트 중 하나였다.
그러나 깡통 계좌에 대한 비난 여론이 높아지고 금융당국의 검사 가능성도 높아지자 일부 은행은 계좌를 개설한 고객에게 연락해 계좌를 해지하거나 금액을 1만원 이상으로 늘려달라고 당부하고 있다.
문제는 이 같은 과정에서 고객들의 위상은 도구로 전락했다는 점이다. 더 이상 상생의 대상이 아니라 실적을 채우기 위해, 타 은행과의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상품이든 서비스든 무조건 가입시켜야 하는 대상일 뿐이다.
은행들은 고객을 '파트너', '동반자'로 부르고 있다. 은행장들의 신년사를 비롯해 월 조회사에는 '고객의 가치', '고객과의 신뢰'가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은행업의 근본은 고객'이라는 멘트도 은행장들의 단골 멘트 중 하나다.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는 금융 환경으로 인해 무한 경쟁에 내몰린 은행들의 심정도 조금은 이해가 된다. 하지만 스스로 동반자라고 부르는 이들에게 이렇게까지 해도 되는 일인지는 의문이다. 더 이상 고객을 '호갱' 취급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