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대형 증권사 영업점에서 일하는 직원 얘기다. 그는 휴가 때도 출근만 안 했지 사실상 평소처럼 일을 해야 했다. 회사가 적자 영업점을 대거 폐쇄할 것이라는 흉흉한 소문까지 돈다고 한다. 추락한 2분기 실적이 또 다시 구조조정 공포를 몰고 온 것이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에서 내놓은 초대형 투자은행(IB) 육성안, 잇단 증권사 간 인수·합병(M&A)에 실적 악화까지 겹치면서 구조조정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미래에셋대우와 KB투자증권·현대증권 합병 작업이 본궤도에 오르면서 앞으로 인력 재배치나 감원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당장 눈앞에 닥친 문제는 실적 악화다. 시총 상위 10대 증권사는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총 5388억원으로 전년 동기(1조621억원)에 비해 반토막으로 줄었다.
2015년 2분기만 해도 증권사는 유동성 장세에 힘입어 호황을 누렸다. 반면 올해는 상황이 역전됐다. 특히 증권사마다 경쟁적으로 팔았던 주가연계증권(ELS)이 큰 손실을 내면서 부메랑이 돼 돌아왔다. 주요 증권사만 집계해도 ELS 손실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여기에 브렉시트(영국 유럽연합 탈퇴) 여파까지 겹치는 바람에 투자심리가 크게 위축된 점도 타격을 줬다. 가장 큰 수익원인 주식매매 수수료가 증시 거래 감소로 줄어든 것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영업점 직원은 목표실적을 채우기 위해 ELS를 고객에게 적극 권할 수밖에 없는 처지였다"며 "그런데 실적을 위해 팔았던 ELS가 되레 회사 수익 악화와 구조조정 빌미가 된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증권사 간 합병이 늘고 있는 것도 증권업 종사자에게는 큰 불안 요인"이라며 "단지 시간 문제일 뿐 인력 감축은 불가피 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