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미국은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 이후 경제정책 키워드를 ‘보호무역’으로 잡았다.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자국 산업을 보호해야한다는 견해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반면 미국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며 지난달 열린 G20 재무장관회의에서 회원국들은 미국이 보호무역주의로 회귀하는데 부정적인 입장을 공식적으로 내비치며 방어선 구축에 나섰다. 그러나 저성장 장기화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보호무역 기조는 쉽사리 꺾이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문제는 한국경제다. 그동안 수출 추이와 전례로 볼 때 한국경제는 보호무역에 취약하다. 불과 4개월 여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이후 세계경제 판세는 안갯속이다. 당장 내년부터 미국이 보호무역을 강화할 경우 우리 기업들의 수출전선은 완전히 붕괴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역시 지난 27일 한 포럼에서 미국 보호무역에 경계심을 강조했다. 세계경제가 자국 이익을 위한 마지막 수단으로 보호무역을 선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총재는 “이제 재정·통화정책을 써도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니까 보호무역주의 회귀 움직임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며 “자유무역을 기치로 한 미국 공화당 정강에 보호무역주의가 들어갈 정도”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보호무역주의가 어느 정도의 파고로 한국경제를 덮칠지는 미지수다. 다만 중국 등과 국제공조 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보호무역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국제 공조도 중요하지만, 우리나라 기업들의 기술력을 끌어올리는 것이 급선무라는 견해다.
흔들리는 자유무역 체제를 강화하기 위한 리더십도 필요하다. 우리나라는 자유무역을 통해 수출 강국으로 발돋움 했다. 국제사회에서 자유무역주의의 대표 국가로 주도권을 잡는 역량을 발휘해야 할 절호의 기회라는 주장도 제기되는 이유다.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과 같은 다자간 경제협력도 보호무역의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다. 일대일 방식의 자유무역협정(FTA)보다 무역공조를 강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형주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세계화의 속도 조절은 일정 부분 불가피하겠지만, 세계화 흐름 자체를 되돌리기는 어렵다”며 “보호무역주의 장벽을 높인다고 해서 미국과 영국의 제조업이 살아나고 일자리가 늘어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어 “미국을 비롯한 회원국들의 비준 절차를 남겨둔 TPP 통과 여부가 반세계화 움직임의 지속 여부를 판단할 중요한 시험대가 될 것”이라며 “각국이 TPP 이점을 유권자들에게 납득시키고 비준에 성공하면 반세계화 흐름에 제동을 걸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