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문은주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가 공식 석상에서 "러시아가 클린턴의 이메일을 해킹했으면 한다"는 발언을 해 논란이 일고 있다.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언론이 27일(현지시간)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날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에서 열린 기자회견 자리에서 "러시아가 민주당 전국위원회(DNC) 지도부의 이메일을 해킹했다면 클린턴의 이메일 3만3000건도 갖고 있을 것"이라며 "러시아가 이 회견을 듣고 있다면 사라진 이메일 3만여건을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트럼프의 이 같은 발언은 사실상 해킹 행위의 당위성을 인정한 것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더구나 적대 관계에 있는 러시아에 협조 요청을 한 것이어서 이례적인 행동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이메일 해킹과 관련, 러시아 배후설이 나오는 가운데 트럼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는 "나는 뭘 해야 하는지 푸틴에게 말할 생각이 없다"며 "왜 내가 뭘 할지에 대해 푸틴에게 말해야 하냐"며 잘라 말했다.
두 사람은 아직 만난 적은 없지만 앞서 언론 인터뷰를 통해 호감을 드러냈었다. 지난해 12월 푸틴 대통령은 기자회견 자리에서 트럼프를 향해 "밝고 재능 있는 사람"이라며 "현재 미국 대선 레이스를 이끌어가는 선두주자"라고 표현했다. 또 미·러 관계 개선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는 성명을 내고 "나라 안팎에서 존경 받는 지도자에게 그런 칭찬을 받는 것은 대단한 영광"이라고 화답했다. 또 "나는 항상 미국과 러시아가 테러리즘과 싸우고 세계 평화를 회복하는 데 서로 잘 협력해야 한다고 생각해 왔다"고 강조했다.
푸틴 입장에서는 일단 러시아 관련 정책과 시리아 사태를 놓고 자신의 편을 드는 유일한 미 대선 후보가 트럼프이기 때문에 호감을 보인 것 같다는 분석이다. 두 사람의 상호 지지 입장은 외교 문제를 떠나 개인적 성향과 스타일이 비슷하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두 사람 모두 허세 부리기를 좋아하고 남성적 '마초' 이미지를 과시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진다. 다만 푸틴은 계산되고 통제된 상황에서 이런 이미지를 보이는 반면 트럼프는 즉흥적이라는 차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