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처럼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려주는 대신 급여통장 지정, 카드대금·공과금 자동이체 연결 등 주거래계좌 이동을 요구하는 일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대출 조건으로 수수료 선불이나 예·적금 등 금융상품 가입을 강요하는 '꺾기'가 많이 발생했지만, 이 행위가 근절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꺾기'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현행 규정에 따라 대출받은 날부터 1개월이 되기 전 대출액의 1% 이상에 해당하는 예·적금 가입을 강요할 수 없다. 하지만 일반 입출입통장이나 주거래계좌 이동 등에 대해서는 규제가 없다.
지난해 계좌이동제 시행 이후 은행간 주거래고객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같은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각 점포, 직원별로 계좌이동 유치 할당량이 떨어지다보니 이를 채우기 위해 상대적으로 약자의 위치에 있는 대출자에게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저금리 장기화로 신규 고객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은행들 입장에서는 주거래 고객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해진 상황이다. 주거래고객을 확보하면 거래 정보를 바탕으로 신규 상품 가입, 신용 대출 등 추가 영업에 나설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돈이 급한 금융 소비자들이 주거래은행을 옮길 필요가 없음에도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은행의 요구를 들어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특히 새희망홀씨 대출을 찾는 저신용자·저소득층의 경우 은행의 권유를 사실상 거부할 수 없는 처지다.
김씨는 "상담 중에는 대출 승인에 문제 없을 것 같이 이야기하더니 끝에 가서 주거래계좌 이동과 같은 조건을 붙이니 당황스러웠다"면서 "급하게 돈 들어갈 일이 있어서 은행의 요구를 거절할 수도 없고 처음부터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무슨 조치가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 금융권 관계자는 "지점 직원들이 할당된 실적을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이런 요구를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