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자극과 가계부채 증가 우려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조이기에 나섰지만 서울을 중심으로 한 부동산 시장은 뜨겁기만 하다. 이달부터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이 본격 시행되면서 불붙은 서울 아파트 가격을 잠재울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된다. 대출 규제로 인한 수요 위축이 예상되지만 주택 공급 부족 우려와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여전한 만큼 주택 매수세를 잠재우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2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첫째 주부터 8월 넷째 주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누적 변동률이 1.99%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국토교통부 ‘7월 주택통계’에서 7월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신고일 기준)가 9518건으로 전달에 비해 54.8%, 작년 동기 대비 150.2% 증가하고, 40대의 서울 아파트 매입 비중이 33.2%로 30대(31.5%)를 제친 것도 ‘정책 엇박자’가 수요자의 매수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관측된다.
8월 들어 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수차례 높였지만 집값 상승세를 꺾지는 못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7월 이후 22차례나 주담대 금리를 인상하면서 지난 7월 3% 초반이었던 평균 주담대 금리는 8월엔 4%대 초반까지 1%포인트가량 상승했다.
그사이에도 ‘강남 3구’와 ‘마용성’ 등 상급지 아파트 값 상승세가 비강남권으로도 옮겨붙으면서 ‘노도강’에서도 신고가가 나오는 등 ‘불장’이 이어졌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도봉구 창동 ‘신도브래뉴1차’ 전용 121㎡는 지난달 기존 최고가(9억원)보다 1억1000만원 높은 10억1000만원에 손바뀜됐고, 인근 창동 ‘북한산아이파크’ 전용 134㎡는 지난 7월 11억8000만원에 계약을 체결해 신고가를 갈아치우기도 했다.
시장에서는 수도권 1.2%포인트, 비수도권 0.75%포인트로 가산금리를 높여 대출한도를 줄이는 2단계 스트레스 DSR이 본격 시행되면서 수요가 위축돼 거래량 감소가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대출 규제로 인한 일시적인 숨 고르기가 지나면 추세적인 집값 상승세를 누르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대출 규제가 부동산 수요를 억제하는 데 가장 효과적인 정책이긴 하지만 집값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더 큰 상황이기 때문에 그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미국 IAU 교수)도 "특히 주택 공급 부족 우려와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면서 아파트를 향한 주택 수요가 몰리고 있다"며 "과열된 시장을 겪었던 수요자들 사이에 집값이 앞으로 더 오를 것이라는 불안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어서 스트레스 DSR이 시행되더라도 부동산 안정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