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지난해 6월 기준금리를 연 1.75%에서 연 1.50%로 0.25%포인트 낮춘 이후 11개월째 현 수준을 유지키로 한 것이다.
이날 금통위는 지난달 새롭게 취임한 조동철·이일형·고승범·신인석 등 4명의 신임 금통위원이 참여한 첫 회의로 주목을 받았다.
최근 조선·해운업을 대상으로 부실기업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아직 한은의 역할이 명확히 결정되지 않았다는 점이 이번 금리 결정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이주열 한은 총재는 "금리정책은 정책 효과가 가장 잘 나타날 수 있는 타이밍에 실시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구조조정이 성장에 하방 압력으로 작용하기도 하지만 그것만 놓고 금리를 결정하진 않을 것이다"고 강조한 바 있다.
또 국내 경제 지표들이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향후 경기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10일 발간한 '최근 경제 동향(그린북)' 5월호에서 민간소비 등 내수가 개선되고 있다고 밝혔다. 실제 지난 4월 백화점 매출액은 작년 동기보다 8.0% 늘었고 국산 승용차의 내수 판매량도 1년 전보다 5.8% 증가했다.
가계, 기업 등 경제주체들의 심리 역시 호전됐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CCSI)와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모두 두 달째 상승세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오는 6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는 점도 한은이 먼저 금리를 조정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고 있다. 미국이 금리를 올리고 우리나라가 기준금리를 내리면 자본유출 등의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은행 총재들이 잇따라 금리 인상을 지지하는 발언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에스더 조지 미국 캔자스시티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현재 기준금리가 경제 상황에 비해 너무 낮다고 말했고, 에릭 로젠그렌 보스턴 연방준비은행 총재도 미국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분기에 반등하면서 미국 연준이 점진적으로 금리를 올릴 준비를 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았다.
여기에 가계부채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정부가 올해 주택담보대출 심사 강화를 시행했음에도 지난달 은행권의 가계대출은 5조3000억원(주택금융공사 모기지론 양도분 포함)이나 늘었다.
다만 부실기업 구조조정 추진에 따른 경기 침체 우려가 나오고 있어 여전히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경기회복세가 여전히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인데다 앞으로 한계기업에 대한 구조조정이 본격화하면 대량실업 등으로 국내 경기에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어 한은이 금리 인하로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