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생명, SK C&C 협상 결렬...속내는 LG 밀어주기?

2016-04-20 13:39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 신희강 기자 = 2500억원 규모의 초대형 프로젝트인 '교보생명 차세대 시스템 구축사업'이 논란을 넘어 소송으로 비화될 조짐이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SK주식회사 C&C(이하 SK)와 교보생명은 협상 결렬 원인을 놓고 상반된 주장으로 팽팽히 맞서는 형국이다. 무엇보다 학연·지연에 치우쳐 특정업체에게 특혜를 주는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높아지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교보생명은 지난해 11월 전산 등 금융시스템 개선을 위한 '보험시스템 V3' 사업자 선정 공개에 나섰다. 사업 예산만 올해 국내 금융권 정보기술(IT) 사업 중 최대 규모인 2500억원으로 책정하면서 관련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이후 시스텝통합 업계 2위, 3위 업체인 SK와 LG CNS가 입찰에 참여했고, 지난달 14일 SK가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하지만 SK는 우선협성대상자로 선정된지 한달만인 18일 돌연 교보생명으로부터 결렬을 통보받았다.

교보생명은 SK의 기술력과 인력지원 등이 협상 결렬의 원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SK측이 지난달 제출한 제안서에 있는 '모델 기반 개발(MDD) 방식' 구현에 실패했으며, 시스템 구축을 위한 인력 추가 요청에도 소극적이었다는 얘기다.

MDD 기술이란 소프트웨어 개발을 할 때 모델로부터 프로그램 코드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서를 자동으로 생성하는 개발 방식이다. SK는 MDD 방식이 아닌 모델 주도 설계(MDA) 방식을 쓰고 있다.

차순위로 협상 테이블로 나서게 되는 LG CNS는 현재 IT서비스업체 중 특화된 MDD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SK가 교보생명의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선 경쟁사인 LG CNS의 MDD를 가져다 써야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SK는 협상의 부당함이 부각되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각 기업별로 독자적인 개발방법을 적용하고 있는 가운데, 특정 업체의 개발방식을 밀어주고 있다는 주장이다.

또 교보생명이 보낸 최초 사업제안서에는 개발 소스 자동 생성 내용이 없었으며, SK가 제출한 제안서에도 MDD 방식을 언급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오히려 우선협상 과정에서 최고정보관리책임자(CIO)를 교체하고, 자문단을 조직해 재평가를 받게 했다는 점에서 교보생명이 전형적인 '갑질'을 펼쳤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도 이번 협상이 교보생명과 LG CNS간 '짜고 친 각본'이라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교보생명 내 존재하는 학연·지연이 협상 결렬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분석한다.

협상의 자문단을 이끄는 황주현 부사장의 경우 과거 2010년 교보정보통신 사장 재직 시절 SK의 협상 결령을 주도하고 LG로 협상자를 이끈 인물이라는 평가다. 또 같은 자문단에 있는 고문 역시 LG전자 출신으로 교보생명 IT 사업을 해당 기업에 몰아주다 감사에 걸려 퇴출당한 바 있다.

이들은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과 같은 경기고·서울대 동문(KS) 출신이다. 자문단의 주축을 이루는 임원들과 회장간 끈끈한 'KS라인'이 형성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SK와 교보생명의 이번 결과가 차세대 금융권 시스템 구축 사업에 진출하는 기업들에 선례가 될 것"이라면서 "금감원 등 정부 당국도 나서서 명확한 진실규명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SK는 우선협상대상자 지위 보전과 계약 체결 및 계약 이행금지 가처분 신청 등의 법적 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공유하기
닫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