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하락 지속시 10대그룹 수출기업 대규모 평가손실 우려

2016-04-17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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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산업부 기자 = 원‧달러 환율이 급락하면서 주요 수출기업들이 수출액 감소 및 환 관리에 따른 대규모 평가손실을 입을 우려가 커지고 있다.

달러당 1000원 내외였던 과거에 비해서는 여전히 원‧달러 환율은 높은 수준이지만, 올해 수익성 개선을 위해 기준환율의 마지노선을 1150원대로 높인 것으로 추산됐기 때문에 환율 하락이 지속된다면 연초에 제시한 경영목표를 달성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17일 본지가 10대 그룹 주요 수출기업을 대상으로 원‧달러 환율 하락에 따른 영향을 조사해 본 결과 대상 기업들은 신중한 태도를 보이면서도 환율의 급락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당장은 (원‧달러 환율 하락이)심각하다고 볼 정도의 수준은 아니다. 삼성전자는 수출을 많이 하는 만큼 수입도 많이 해 이를 상쇄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꾸준히 결재 통화를 다양화 하고 있기 때문이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유입된 자금을 운영자금으로 모두 쓰지 않고 기 구축한 글로벌 환관리 시스템을 통해 운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를 비롯해 모든 수출기업들은 비슷한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지난 기간의 경험과 노하우를 바탕으로 환율에 대한 내성을 어느 정도 키웠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율의 등락에 따른 외화금융자산 및 외화금융부채의 환율 변동 위험을 모두 없앨 수는 없다. 수출 기업들은 분기별로 평균환율을 정해 환율의 등락에 따른 평가손익을 추정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원‧달러 환율이 100원 가량 내리면 전체 영업이익이 7000억~8000억 원 정도 늘어난다고 전했다. 또한 환율이 5% 내리면 1433억원의 평가손실이 발생한다고 덧붙였다.

LG디스플레이는 1분기 평균환율 달러당 1131.30원을 적용했을 때, 원‧달러 환율이 5% 내리면 자본은 248억원, 손익은 332억원 가량의 평가손실이 발생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자동차는 환율이 5% 하락하면 518억원을, 기아자동차는 10% 하락했을 때 2365억원의 평가손실이 발생한다고 전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환 관리의 경우 외화의 유입과 유출을 통화별, 만기별로 일치시킴으로써 외환리스크를 제거하고, 환율전망에 따라 외화자금 수급의 결제기일을 조정하는 방법을 우선적으로 이용한다”고 설명했다.

올해 사업계획 수립 기준환율을 달러당 1150원이라고 밝힌 쌍용자동차는 환율이 10% 하락할 경우 13억여 원의 평가손실을 입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항공사들은 환율이 떨어지면 차입금 부담은 줄어 좋지만 유동성에는 악영향을 미친다. 대한항공은 환율 상승효과(2014년 말 1099.2원에서 2015년 말 1172.0원)로 지난해 차입금 총액(원화기준)이 전년대비 5.2% 증가한 7600억원에 달했다. 환율 하락으로 차입금 규모가 줄었음을 알 수 있다. 반면 평가손익 측면에서는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약 940억원 외화평가손실이, 유동성은 약 200억원 감소한다.

아시아나항공도 환율 상승으로 인해 지난해 차입금 총액(원화) 5681억원으로 전년 대비 13.7% 증가했으나 환율 하락으로 부담이 줄어든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도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144억원의 외화평가손실을 입는다.

두산인프라코어는 지난해 7조2000억원의 매출액 가운데 수출비중이 85% 가량 돼 환율에 민감하다. 회사 관계자는 “환율에 민감한 자재, 부품의 경우 국산화 등 구매처 다원화를 통해 환율 위험을 줄이고 있다”면서 “영업에서는 전 세계 지역별로 가격 포지셔닝을 적정 수준에 맞춰 조율해 영업이익율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플랜트와 조선 등 수주산업 분야는 공사대금을 나눠서 받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환 헤징 시스템을 운용하고 있다. 
두산중공업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이 급등했을 때는 플랜트·조선업계가 활황이었기 때문에 수주 물량으로 이를 상쇄했다”면서 “지금은 그런 호황이 안 돌아온다고 봤을 때 달러당 1100원대가 이익 또는 손실의 분기점이 될 것이다. 베트남, 인도, 칠레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하는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최대 실적이 예상되고 있는 정유와 화학업계는 환율보다 정제마진이 더 큰 이슈이기 때문에 현재로선 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다. 단, 주요 원료인 나프타와 원유가격이 하락하고 환율까지 급락한다면 재고평가손실에 판매가격하락으로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현재 정유업계는 싱가포르 복합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인 베럴당 4달러 이상이 되면 영업이익에서 흑자로 잡히는데 현재 정제마진이 6~8달러 선을 유지하고 있다”면서 “국제유가 상승으로 인한 비축원유 재고평가 이익도 증가가 예상돼 환율로 인한 부정적인 효과는 없을 전망이다”고 전했다.

LG화학측도 “화학부문역시도 기초재료인 나프타 가격은 하락중인 반면 나프타를 통해 만들어지는 에틸렌 가격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어 나프타-에틸렌 스프레드도 크게 늘어나고 있어 긍정적인 실적이 예상된다”고 전했다.

단, 원‧달러 환율이 지속되면 수익에는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GS칼텍스를 자회사로 두고 있는 GS는 환율이 10% 하락하면 당기손익에 202억원, 에쓰오일은 933억 원의 손실이 예상된다.

한편 철강업계는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경쟁력이 떨어지지만 원자재 구입비용도 둘어 상쇄효과를 얻을 수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그러나 “원화 약세로 인한 수출경쟁력 제고 효과도 최근 글로벌 철강경기 침체로 인해 상쇄되어 기대하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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