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부터 상승세로 돌아섰던 원‧달러 환율이 불과 한 달여 사이에 100원 가까이 떨어지고 있다. 수출액 감소는 물론,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주요 대기업들도 환율하락에 따른 평가손실을 우려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경우 원‧달러 환율이 5% 하락하면 1433억원의 평가손실을 입을 것으로 내다봤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올해 물량과 금액기준 수출이 줄어드는 등 비상상황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에서도 원‧달러 환율 상승 덕분에 그나마 기업들이 수혜를 입어왔다. 올 1분기 잠정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와 LG전자도 환율 효과를 봤다고 발표했을 정도다. 각 기관들도 연간 평균 원‧달러 환율이 전년 대비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해 “환율 만큼은 우리 편”이라고 믿었다.
주요 대기업들은 올해 사업계획을 세울 때 정하는 기준환율을 공개하지 않지만 달러당 1150~1200원 수준으로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보수적으로 사업계획을 정하기 때문에 기준환율을 낮게 잡는 것이 통례인데, 다소 높게 잡은 것은 그만큼 환율에 대해 긍정적으로 내다봤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최근의 분위기는 다르다. 지난 15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 종가는 달러당 1146.2원으로 전일 대비 10.5원 내렸다. 올 들어 1250원 가까이 치솟았던 환율이 2월 1245.3원에서 100원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원‧달러 환율의 등락은 수출입 거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즉, 환율이 떨어지면 원화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에 수출기업은 달러로 제품을 팔 경우 한화로 환전해 받는 돈이 그만큼 줄어든다. 반면, 수입업체들은 수입용 원자재 구매 대금을 줄일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해외에서 원자재를 대량으로 구매해 이를 다시 수출하는 기업들은 이런 방식으로 환관리를 한다. 문제는 현재 한국이 수출과 수입 모두 줄어드는 가운데, 특히 수출용 원자재 수입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수입액 절감으로 수출액 감소분을 상쇄할 수 없음을 뜻한다.
수출물가도 원·달러 환율 하락 영향으로 넉 달 만에 떨어졌다. 한국은행은 12일 발표한 ‘2016년 3월 수출입물가지수’에 따르면, 지난달 수출물가지수(잠정치)는 80.72(2010년 100기준)로 2월(81.96)보다 1.5% 하락했다. 수출물가지수는 지난해 11월(80.94) 이후 다시 하락세로 돌아섰다.
여기에 대기업들은 영업활동에서 발생하는 환위험의 최소화를 위해 수출입 등의 경상거래 및 예금, 차입 등의 자금 거래시 현지통화로 거래하거나 입금 및 지출 통화를 일치시키는 등의 방법으로 환포지션 발생을 최대한 억제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계획상 마지노선인 달러당 1150원선이 무너진다면 기업에 적잖은 부담이 될 전망이다.
수출업체 관계자는 “환율이 실제 수출과 수입에 미치는 것은 상황이 발생한 지 3~6개월 후에 일어나기 때문에 현재는 당장의 변동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자체적인 환율 대응체제를 보유한 대기업보다 그렇지 못한 중소 협력사들이 타격을 입을 것으로 보여 협력사들에 대해 신경을 쓰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