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김혜란 기자 = 13일 치러진 20대 총선 결과 높고 견고하던 지역주의의 벽이 곳곳에서 무너졌다.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정권의 심장부 대구에서 큰 표차로 김문수 새누리당 후보를 누르고 당선했으며, 역시 야권인 홍의락 무소속 의원도 대구 북을에서 승리했다.
영남에서도 이변은 이어졌다. 새누리당 이정현·정운천 후보가 각각 전남 순천과 전북 전주에서 금배지를 거머쥐었다. 이들의 당선은 영·호남의 지역주의 극복에 한 획을 그은 정치사적 의미가 크다.
더민주 김부겸 후보와 더민주 공천에서 탈락한 뒤 무소속 출마한 홍의락 후보가 각각 대구 수성갑과 북을에서 당선하면서 동서로 양분된 지역구도에 균열을 냈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에서 야권의 두 후보가 승리하면서 영남 교두보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6대~19대 총선까지 20여년동안 대구의 전 지역구를 싹쓸이해온 새누리당의 독주에 대구 민심은 변화를 택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민생은 뒷전에 두고 친박(친 박근혜) 공천 학살 파동을 일으킨 여당에 경고음을 울리면서 집권 여당에 강도 높은 개혁을 요구하는 대구 민심이 반영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 새누리 이정현·정운천 승…호남이 배출한 영남 의원
2014년 7·30재보선때 전남 순천에서 당선돼 지역주의 장벽을 넘어선 이정현 새누리당 후보도 이번 총선에서 수성에 성공했다.
전북 고창 출신으로 이명박 정부에서 농림수산부 장관을 지낸 정운천(전주을) 후보도 '제2의 이정현'의 꿈을 이뤘다. 그는 이 당선자에 이어 호남에서 두번째 새누리당 의원이 됐다. 정 당선자는 2010년 전북도지사 선거에 이어 2012년 19대 총선에서도 전북 전주완산을에 출마했지만 패했다.
◆ 영·호남의 반란?…지역주의 타파 신호탄
부산·경남에서도 새누리당 후보를 제치고 당선한 더민주 후보들이 여럿 나오면서 영남 지역주의 균열 흐름이 뚜렷했다.
김해 갑·을에선 민홍철·김경수 더민주 후보가 각각 깃발을 꽂았고, 부산 북강서갑에서도 전재수 더민주 후보가 승리하면서 지역주의의 벽을 무너뜨렸다. 부산 진갑에서도 김영춘 더민주 후보가 현역인 나성린 새누리당 후보를 제쳤다.
부산 사상에선 장제원 무소속 후보가 배재정 더민주 후보와 손수조 새누리당 후보를 누르고 승리했으며, 노회찬 정의당 후보도 경남 창원 성산에서 강기윤 새누리당 후보를 제치고 새누리당 텃밭을 무너뜨리는 기록을 세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