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효성 해외 BW '위장소각' 의혹 조사

아주경제 한지연 기자 = 효성그룹 오너 일가가 해외 신주인수권부사채(BW)의 신주 인수권을 은닉했다는 의혹에 대해 금융감독원이 조사에 나섰다.

11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 특별조사국은 효성이 1999∼2000년 발행했다가 이후 소각하겠다고 공시한 3400만 달러어치(권면가액) 해외 BW의 행방을 파악 중이다.

BW는 일정한 가격으로 신주를 인수할 수 있는 권리가 붙은 회사채다.

효성은 1999년과 2000년 각각 190회차와 200회차 해외 BW를 총 권면가액 6000만 달러 규모로 발행했고, 이후 이 BW의 60%를 조현준 사장 등 효성가 삼형제가 보유한 사실이 드러났다.

효성은 이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2003년 12월 17일 문제가 된 3400만 달러 상당의 해외 BW 신주 인수권을 전량 소각하겠다고 공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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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국세청 조사 결과 효성 측은 이를 소각하지 않고, 홍콩에 있는 4개의 페이퍼 컴퍼니를 통해 신주 인수권을 행사, 효성 주식 87억원어치를 취득한 뒤 처분해 69억원의 차익을 챙긴 것으로 밝혀졌다.

또 아직 남은 약 2000만 달러의 BW 행방도 묘연한 상황이다.

이런 내용은 지난해 금감원에 대한 국회 정무위 국정감사에서도 부각됐다.

당시, 정우택 새누리당 의원은 "금감원은 해외 BW를 소각하겠다는 효성 측 말만 믿고 현장조사를 하지 않아 국세청 조사로 관련 사실이 밝혀졌다"며 "행방을 알 수 없는 신주인수권이 해외에 은닉됐는지 등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촉구한 바 있다.

금감원은 효성이 행사되지 않은 신주인수권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조사하는 한편, 법 위반 혐의가 발견되면 엄정히 처벌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