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정훈 기자 = 항공 이슈가 터질 때마다 꼬리표처럼 붙는 것이 항공기 기령이다. 이번 편에서는 이에 대한 평가가 옳은 것인지 살펴본다.
전세계 5390여개 항공사가 보유한 12만4800여대의 항공기 이력을 공개하는 플레인스포터스넷을 통해 국내 7개 국적항공사의 평균기령(2월말 기준)을 분석했다.
가장 안전할 것 같은 대통령 전용기(공군 1호기)와 비교해 보자. 미국 보잉사에서 제작해 2001년 9월8일 첫 비행에 나선 전용기는 그해 9월28일 대한항공이 인도해 운용해 왔다. 이후 2010년 3월부터 대통령 전용기로 쓰이는 항공기의 기령은 14.5년으로, LCC보다 높다.
미국 항공사와 비교해도 한국 국적항공사의 기령은 낮은 수준이다. 940여대의 항공기를 운용하는 세계 최대 항공사 아메리칸항공의 평균기령은 11.0년, 델타항공 17.1년, 유나이티드항공 13.6년이다.
◆항공기 사고와 기령 분석
2014년 10월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의 R.존 한스만 교수가 발표한 ‘항공기 기령이 항공안전에 미치는 영향분석’에 따르면 1959년부터 2012년까지 사상자가 발생한 항공기 사고 중, 8년 이하 항공기가 47%로 가장 비중이 컸다.
기령이 20년 이상된 항공기는 18%를 차지했다. 20년 이상된 항공기 사고 중 그마저도 화재가 7.7%를 차지했다. 특히 격납고에서 일어난 화재나 강한 외부충격을 받아 생긴 사고 등도 포함됐다.
국가·지역별 항공사고 발생원인에도 차이가 있다. 20년 이상된 항공기 중 직접적인 기체결함으로 사고가 난 확률은 아프리카와 중동지역이 전세계 평균보다 낮다.
아프리카와 중동지역에서 일어난 사고도 승무원의 훈련미숙이나 철저하지 못한 규제 등 다른 위험요소에 의한 것이었다는 것이 논문의 핵심이다.
◆항공기 기령을 규제하는 법은 없다
세계적으로 항공안전을 위해 항공기 기령을 기준삼는 곳은 없다. 대신 노후항공기가 안정적으로 운항할 수 있도록 엄격하게 관리한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항공기 이슈때마다 기령문제가 나오며, 이를 정부가 부추긴다는 지적이다.
국토부 홈페이지에는 “항공기 사용연한이 정해지지 않는 것은 항공기에 사용되는 부품을 주기적으로 정비해 사용한계가 있는 부품을 교환하거나, 상태가 나빠지는 부분은 수리해 원래의 상태로 복원하기 때문”이라며 “오래된 항공기라 해도 정비가 잘 수행된 항공기는 안전성능에 문제가 없어 계속 사용할 수 있다”고 쓰여 있다.
기령제한은 없지만 국토부는 항공기 안전관리 목적으로 항공기 기령을 관리하는 상반된 태도를 나타냈다.
지난해 5월 국토부는 8개 국적 항공사와 '20년 초과 경년항공기 안전관리를 위한 자발적 이행 협약’을 체결했다. 항공기의 노후화 방지를 통해 안전관리를 강화하고, 연료효율을 개선한다는 것이다.
‘자발적 이행협약’이어서 규제는 아니지만, ‘노후화 방지를 통해 안전관리를 대폭 강화한다’는 말은 기령이 안전과 연관있다는 오해를 부를 수 있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