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되면 다한다"…유통업계 '외도' '득일까? 독일까?

2016-02-22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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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분별한 신사업 탓 재무구조 악화 우려

[사진=아주경제 DB]


아주경제 김현철 기자 = 장기 불황을 겪고 있는 유통업계가 궁여지책으로 '위험한 외도'를 하고 있다. 기존 주력 사업 외에 생소한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거나 M&A(인수·합병)를 통해 이익 극대화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업계 일각에선 이런 신사업 진출이 자칫 주력 사업을 소홀히해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제분·사료가 주축 사업이었던 동아원그룹의 사태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동아원은 2007년 수입자동차 무역, 자동차 정비 사업을 하는 에프엠케이(포르자모터스코리아)를 설립해 마세라티·페라리 등 슈퍼카를 수입·판매해왔다.

또 2005년 캘리포니아 나파밸리 지역에서 와이너리 '다나 에스테이트'를 운영하는데 대규모 투자를 지속해왔다. 국내에서는 나라셀라와 단하유통 등 와인 수입사를 설립했다. 고급 레스토랑 사업체인 탑클라우드코퍼레이션 등을 통해 외식업에도 진출했다.

동아원그룹의 무리한 사업 확장은 부메랑이 돼 돌아오고 말았다. 신규 출자 사업의 채산성이 악화되면서 자금 압박을 받았고, 결국 일부 계열사와 강남 지역 부동산 등 자산을 줄줄이 매각해왔다.

돌려 막기식 땜질 운영도 한계를 드러내 최근에는 주력 사업체인 한국제분 지분마저 사조대림에 팔아 치웠다.

복수의 식품업계 관계자는 "동아원과 한국제분은 현금 장사이기 때문에 기존 사업만 잘 운영하면 망가질 이유가 없었다"며 "하지만 와인사업에 1000억원을 투자하고 수입차 사업도 실패하는 등 외도한 사업들의 손실이 커져 재무구조가 곤두박질쳤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곡물과 양계 사업을 주력으로 하는 하림그룹은 기존 사업분야를 넘어 최근 벌크선 사업에 손을 뻗쳤다.

곡물사업을 위해서는 국제적인 공급·운송·수요 기반이 필요하기 때문에 아예 해운기업을 인수한 것이다.

하림은 2020년까지 ‘글로벌 No.1 벌크전문선사’를 목표로 매출 7조원, 영업이익 4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의지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사실상 오너 기업인 보광그룹이 소유하고 있던 보광이천(휘닉스스프링스CC)을 1280억원에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BGF리테일의 연간 현금창출능력은 1500억~2000억원 정도로, 대부분의 현금을 이번 인수에 투자한 것이다.

BGF리테일은 현 회원제 프리미엄 골프장을 퍼블릭으로 전환해 방문객 증대를 통한 대중성을 확보하고, 골프장의 자체사업 및 신규 사업을 강화해 안정적인 수익 모형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박재구 BGF리테일 대표는 "오랜 기간 축적한 성공 경험과 사업 역량을 최대한 활용해 이번 인수가 기업가치와 주주 가치 증대에 이바지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관련 전문가들은 BGF리테일이 '남이천 IC개통으로 장부상 토지가치만 1500억원 육박해 향후 투자가치 상승이 기대된다'고 설명했지만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을 간과한 것이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런 걱정은 바로 주식 시장에 반영돼 BGF리테일의 주식은 급락했다.

또 마리오아울렛의 경우 지난해 말 국내 최대 허브 농장인 '허브빌리지'를 118억원에 인수했다.

경기도 연천군 임진강변에 위치한 허브빌리지는 약 5만7000㎡의 체험형 에코 테마파크다.

홍성열 마리오아울렛 회장은 허브빌리지의 자연을 고객을 연결하고 적극적인 투자로 허브빌리지를 유통, 관광, 교육, 체험과 연계해 국내 최고의 에코 테마파크로 성장시킨다는 각오다. 또 장기적으로 중국·일본 등지의 해외 관광객들까지 필수로 찾는 대표적인 관광 명소로 성장시킬 계획이다.

홍성열 회장은 "치열한 유통업계 경쟁 속에서 조급하게 신규 출점을 결정하기보다는 고객에게 새로운 경험과 가치를 제공하고 차별화된 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허브빌리지 인수를 결정했다"고 말한 바 있다.

이런 유통업계의 움직임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충분한 검토 없이 무분별하게 사업을 확장하다 보면 더 힘든 상황이 올 수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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