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주혜 기자 = 앤터닌 스캘리아 대법관이 지난 13일 갑자기 사망한 뒤, 후임자 지명을 두고 오바마 행정부와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의원 간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임기를 대략 300일 앞두고 레임덕 위기에 빠져 있던 오바마 대통령은 정치 중심부로 재등장했고 공화당 상원의원들은 대선을 앞두고 고민이 깊어졌다고 CNN은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날 에릭 슐츠 백악관 부대변인은 캘리포니아 주 랜초미라지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선이 열리는 해 혹은 대통령의 마지막 임기 해에 대법관 후임자 지명을 못하도록 강제하는 헌법 조항은 없다”며 “다음 주 상원이 다시 열리면, 대통령은 스캘리아 법관의 후임자를 지명하는 데 있어서 헌법적 책임을 다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 상원은 오는 19일까지 ‘대통령의 날’을 맞아 휴회 중이다.
백악관과 공화당은 강경 보수였던 스캘리아 법관 후임자 지명을 두고 매우 민감한 모습이다. 스캘리아 법관의 사망으로 대법관 이념 지형은 보수 4대 진보 4가 됐다. 따라서 그의 빈자리에 어떤 이념을 지닌 법관이 들어서는 지에 따라 올해 예정된 각종 정치·이념적 재판의 결과가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공공 노조의 노조비 강제 징수 문제와 더불어 오바마 행정부의 이민개혁 행정명령, 오바마케어, 낙태 문제 등 주요 이념 이슈들은 공화당에 유리한 보수적 판결이 날 것으로 예상됐으나 상황이 변한 것이다.
현재 공화당이 장악한 상원의원은 스캘리아 대법관 후임 지명을 차기 대통령에 넘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치 맥코넬 (켄터키)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는 성명을 내고 “미국인은 차기 대법관 선정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며 “따라서 공석은 새 대통령을 갖기 전에 채워져서는 안 되다”고 주장했다.
공화당 대선 주자인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은 TV토론에서 "한 세대 동안 법정에서 (보수가) 영향력을 잃을 위험을 감수해서는 안 된다"고 연기를 주장했고 도널드 트럼프도 "상원은 연기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공화당은 선거가 있는 해에 대법관을 임명하지 않는다는 ‘서먼드 룰(Thrmond Rule)을 적용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서먼드 룰은 성문법이 아니어서 강제력이 없다. 오바마 대통령이 이 법에 순응할 법적 이유는 없는 것이다.
아울러 민주당은 대선이 열렸던 지난 1988년에 앤서니 케네디 대법관이 인준됐던 사실을 들며 대선과 대법관 선정은 무관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서먼드 룰이 적용되지 않더라도 대법관 후임자 지명은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공화당 의원들이 백악관이 지명한 후임자의 스캔들을 끄집어내는 등 흠집 내기를 통해 어떻게든 지명을 막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NYT는 전했다. 하지만 스캘리아의 빈자리만으로 연방대법원의 이념 지형은 변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